"아직도 외모나 조건 따지나요?" 유전자(DNA) 선호하는 일본 남녀[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과거 고학력, 고수입, 큰 키의 이른바 ‘3고(高)’가 결혼 조건으로 꼽히던 시절에서 평균 소득, 평범한 외모, 평온한 성격의 ‘3평(平)’과 ‘4저(低·낮은 자세, 낮은 의존도, 낮은 위험, 낮은 소비)를 지나 최근에는 DNA(유전자)를 먼저 보는 ‘DNA 혼활’이 결혼 적령기를 맞이한 일본 남녀에게 ‘이성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NHK 보도에 따르면 DNA 혼활은 상대를 만나기 전 미리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대와 궁합이 맞는 정도를 수치로 환산하고 △이를 관심 상대와 맞춰보며 △교제나 결혼 상대를 찾는 맞선·미팅을 뜻한다.
궁합이 맞는 정도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인체 백혈구 항원)’의 다르기가 약 70% 정도 되면 ‘궁합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이성 교제에서 민감한 부분으로 꼽히는 나이나 직업, 수입 등은 나중 일이다. 맞선 장에서는 DNA 궁합만으로 상대와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게 원칙이다.
◆스위스·미국 거쳐 일본 상륙 “과학적 근거 있어”
DNA로 교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DNA 혼활은 약 5년 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진행된 후 최근 일본에 전해졌다.
DNA 혼활은 스위스 연구팀 실험으로 탄생했다. 스위스의 한 연구팀은 ‘사람은 HLA유전자의 차이를 냄새로 알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근거로, ‘HLA유전자 차이에 따른 남녀의 호감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남성이 땀이나 음식물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이틀동안 입은 셔츠를 여성에게 냄새를 맡게 한 후 느끼는 감정을 살폈다.
그 결과 여성은 자신의 HLA유전자와 다른 남성 체취에 매력과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유전자가 서로 다른 남녀가 결혼 후 출산하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면역력 높은 아기를 출산할 확률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HLA의 차이가 상대에게 느끼는 호감을 높이고 이러한 좋은 감정을 바탕으로 결혼 생활 등 소위 ‘궁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DNA 혼활, 마스크 쓰고 ‘킁킁’ 냄새 맡는 건 아냐
DNA 혼활장에서는 DNA 검사결과를 토대로 상대와 내가 어울리는지를 살핀다. 결과표에는 ‘매칭정도(상대와 궁합이 맞는 정도)’를 가늠할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에 처음 본 이성 체취를 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4개 업체에서 DNA 혼활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은 주로 20대 젊은 층으로 이들은 △결혼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고 △교제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는 한편 △불필요한 시간이나 감정 낭비를 피하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결혼 적령기이거나 넘어선 30대 여성들은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빠르고, 검증된 결과를 원한다’고 한다.
이들은 검사비로 수십만엔이 들지만 지갑을 흔쾌히 열며 미래 배우자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서비스에 가입한 30대 여성은 “하루빨리 좋은 사람과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도쿄 도심의 한 레스토랑에서 DNA 맞선 파티가 열렸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참가자들은 상대와 대화하며 DNA 매칭도를 살폈다.
이날 맞선에서 ‘적합도 82%’를 나타나낸 커플은 곧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 대화에 빠져들었다.
남성은 상대 여성과의 대화에서 “감각적으로 맞는 부분이 많아 불가사의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과 “이야기하기 편했다”며 싫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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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미팅’ 중인 일본 남녀. 자리에 나온 이들은 “외모보다 인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마스크 de 혼활 |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 환상을 좇기보다 함께 하면 기쁜 누군가를 찾는 게 현명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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