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 구조개혁 시도는 미흡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과거 대선 대비 공약 다변화
‘젊을수록 진보 후보 선호’ 공식 깨지고
부동층 청년 비중 늘어 표심 향배 촉각
다양한 계층 요구 고려해 적극 러브콜
주요 후보 강조점 각양각색
이재명, 생애주기별 복지 서비스 제시
김문수, 원룸촌 ‘반값월세존’ 지정 공언
이준석, 신·구세대 연금 재정 분리 제안
단기적 효과에 집중은 한계
고용 양극화·연금 고갈 등 구조적 문제
장기적 관점서 해결할 비전은 안 보여
“전체 국민 삶에 긍정적 정책 설계 필요”
전세사기 지원, 내일채움공제, 연금개혁…. 일자리·주거 위주였던 2010년대 청년 공약과 달리 21대 대선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 공약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여전히 단순 지원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다. 그들의 정치 태도는 유동적이다. 투표 경험이 적고, 투표 참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젊은층은 진보 계열 후보를, 노년층으로 갈수록 보수 계열 후보를 지지하던 기존 공식 역시 깨졌다. 청년의 표심을 얻을 공약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12일 취재팀이 각 후보의 청년 공약을 분석한 결과, 21대 대선에서는 국민연금 첫 보험료 지원, 최저임금 개편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공약이 등장했다. 10년 전 청년 공약이 얼마나 많은 주택과 일자리를 마련할 것인지 제시하는 내용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800만 비정규직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19대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100만호 주거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평가 자문단은 “20대 대선을 기점으로 청년 공약이 다변화했다. 청년 중 부동층이 늘어나며 이들의 표심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소재의 청년 공약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후보자들이 정책 대상인 청년을 세분화하면서 다양한 청년 공약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자문단은 “후보자가 다양한 계층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보마다 내세운 공약도 달랐다. 민주당 이 후보는 청년뿐만 아니라 영·유아, 아동, 청소년 등을 고려한 정책도 내놨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대학가 원룸 주택을 반값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개혁신당 이 후보는 재정을 분리하는 연금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자문단은 전반적으로 재원 조달, 실행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개혁신당 이 후보는 타 후보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했다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때 도입했던 ‘경기도 영유아 발달지원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지연 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아동학대 예방, 아동 친화적 디지털 환경 조성 등 생애주기별 대상에 맞춘 복지 정책도 내놨다. 자문단은 “아동·청소년·청년을 잇는 생애주기별 연계 방안이 마련됐을 때 청년이 능동적인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아동 정책을 제외하면 공약 가짓수가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반값 월세존을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학 주변 원룸촌을 반값 월세존으로 정해서 용적률과 건폐율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자문단은 “앞으로 인구감소로 인해 20년 안에 대학 상당수가 없어질 수 있는데 그때 높은 용적률의 월세촌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역별 특성을 잘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지역에선 기숙사에 자리가 있어도 안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산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임대인과 월세청년에게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현행 연금개혁이 청년세대에 불리하단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 후보는 새로운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연금구조를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나눠 재정을 분리하고, 개혁 이후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를 신연금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신연금은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 구조를 도입해 세대 갈등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자문단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 자문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를 읽어본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신연금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손해다. 낸 만큼 받기 위해 긴 시간 소득을 희생할 사람이 누가 있을지 걱정된다”는 의견과 “청년을 위해 신연금을 구성했지만 청년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은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외에도 단기복무 군 간부의 인력을 확충할 병역 공약이 나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자문단은 구조개혁을 ‘정면돌파’한 공약이 없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청년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사회구조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데 공약 대부분이 시혜적인 지원성 공약이라는 것이다. 자문단은 “일자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맞닿아있는 경우가 많고, 주거 문제 역시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된다”며 “국민연금 기금 고갈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가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명확한 비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형 공약이 다수였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시즌2라며 발표한 ‘청년미래적금’은 이 후보의 대표적인 현금성 지원 공약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한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외에도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18세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청년의 국민연금 생애 첫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 또 자발적 이직 청년에게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등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원성 공약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문단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공공과 민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분석했다. 단순 지원에 그치다 보니 공약이 추후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자문위원은 “단기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세대를 포괄해 전체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일우 가톨릭대 행정학과 강사, 박이슬 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 대외협력이사(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한국정책학회 청년정책연구회 공동위원장),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병우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 청년정책연구회 공동위원장),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전 국민연금공단 투자운용팀장), 황채영 광주 각화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팀장(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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