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료들은 집값 안정세라지만.. "수도권 오르는 곳 여전히 많다"
정부가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서울을 제외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거래량은 여전히 늘고 매매가격도 오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진단이 서울과 수도권의 지역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새 서울의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맞는다. 하지만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거래량이나 집값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식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열린 ‘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4 공급대책 이후 1개월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상당한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고 자평했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8억53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0.7%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 기간 경기권 주요 도시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중위 가격은 그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광명(3.5%), 하남(2.4%), 수원(1.5%), 화성(1.4%), 용인(1.2%), 고양(0.9%) 등이 대표적이다. 8·4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꾸준히 오른 것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대부분 올 들어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많았다. 경기 부동산포털의 11일 기준 집계를 보면 올해 아파트 매매량이 많았던 경기 지역은 용인(1만7426건), 고양(1만5234건), 수원(1만5198건), 화성(1만2456건), 남양주(1만1109건), 김포(8729건) 순이었다. 지난 6월 투기과열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용인과 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규제지역이거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도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할 땐 아직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본다. 일부에선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이들이 경기권 아파트 매수로 방향을 틀어서 나온 결과로도 본다.
아파트 거래가 활발한 용인(4억3932만원), 수원(4억1042만원), 고양(3억7455만원), 김포(3억4850만원) 등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모두 6억원 이하였다. 이 지역에서 매매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중저가였다. 투기과열지구인 광명과 하남도 중위매매가격은 각각 6억원, 7억3500만원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가능한 중간 가격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크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나 지하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예정된 지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수원의 경우 신분당선 호매실~광교 구간 연장 사업이 올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고양은 GTX-A 노선 신설 호재가 있다. 김포 지역은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된 이후 서울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주는 오는 2021년 하반기에 서울지하철 4호선 진접선이 개통되면 광역 교통망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지역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데는 지난 7·20 대책으로 세 부담이 급증한 영향이 커 보인다"면서 "서울 주택시장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경기권에서 교통이 잘 갖춰진 지역 위주로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거래가 이어지고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기한(30일)이 아직 지나지 않아 8월 주택 거래 동향이 모두 집계되지 않은 데다,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급매 거래를 보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으로 부동산시장의 추세를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든 배경도 8·4 공급 대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7·10 대책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급증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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