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왜 국방부에서 니 월급이 나오냐”...사상 첫 대리입영 적발된 기막힌 사연

검찰, 최 모씨에게 징역 2년 구형

입영식 모습.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지인을 대리 입영시키고 국방부로부터 월급을 받은 20대 남성 최 모씨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황당하게도 이 사건은 최씨 가족이 최씨에게 병사 월급이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병무청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20일 대전지법 형사8단독(이미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20대 후반 조씨를 대신 군 복무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생활고를 겪던 조씨가 먼저 “군인 월급의 절반을 주면 대신 현역 입영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최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본인 인증 절차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자기 신분증과 휴대전화 등을 조씨에게 넘겨줬다.

결국 조씨는 병무청 직원들에게 건네받은 신분증 등을 제출하는 등 최씨 행세를 하며 입영 신체검사를 받고 지난해 7월부터 실제 강원도 모 부대에서 3개월간 군 생활을 이어갔다.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대리 입영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리 입영 사건은 군 복무를 하지 않고 있는 최씨에게 병사 월급이 나온 것을 알게 된 최씨의 가족이 발견해 병무청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최후 변론에 나선 변호인은 “피고인(최씨)은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지능지수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이미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고 면제 처분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이 굳이 현역병 대리 입영을 부탁할 이유가 없었고,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이제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잘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선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 중인 최씨는 주소지 관할인 대전지법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춘천지법은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대리 입영 전 자신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다가 정신건강 문제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