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많아집니다, 앞으로 더”...이 나라마저도 애기 울음소리가 뚝, 대신 반려동물 산업 뜬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5. 3.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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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 자녀 정책’ 도입한 중국
이후 ‘세 자녀’로 완화해도 출산율 급감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선호 문화 확산
분유 제조기업, 반려동물로 타깃 급선회
관련 산업 2030년까지 40% 성장 전망
정부 규제는 부족…사료서 박테리아 검출도
서비스 경쟁으로 ‘돌봄 비용’ 수직 상승
‘반려견 유치원’ 하루 비용 10만원하기도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국제 애완동물 용품 전시회를 찾은 한 여성이 고양이와 놀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전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1970년대 후반 대대적인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농업 중심 경제였던 중국은 한정된 자원을 넘어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경제 성장과 자원 분배 등에 어려움이 생기자 한 가정당 한 자녀만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중국 정부는 벌금 또는 승진 제한 등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 중반 약 5.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 2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인구가 급감하자 중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이를 다시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84년에는 1.5자녀 정책을 도입했고 2016년부터는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2021년에는 세 자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심각한 고령화와 이로 인한 노동력 감소, 성비 불균형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도입에도 중국 신생아 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높은 양육 비용과 결혼·출산에 대한 중국 젊은 층의 가치관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정부의 한 자녀 정책으로 매출 하락에 시달렸던 유아용 식품·분유 제조업체들은 관련 정책이 완화된 이후 소비자 증가를 기대하면서 새로운 브랜드·제품·공장 확대를 위해 수십억 위안을 투자했습니다. 두 자녀 정책이 본격화된 2016년에는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희망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중국 젊은 부부 사이에서 자녀보다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더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한 탓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인간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감정적 욕구를 채울 수 있고, 개와 고양이가 단순 동물을 넘어 남은 인생을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퍼져나갔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문화는 중국 인구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인구는 지나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중국 내 혼인율은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며 거의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른 출산률 저하로 중국 분유시장 매출은 2021~2024년 사이 21% 감소했습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오는 2030년 중국 내 반려동물 수가 신생아 수의 2배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맥쿼리그룹 소속 분석가 린다 황은 “영유아용 분유 회사들은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다수 분유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탈출구는 바로 ‘반려동물 전용 제품’ 산업입니다. 중국 최대 유제품 회사이자 분유 산업 선두주자로 꼽히는 일리(Yili) 그룹은 약 1년 6개월 전 제품 라인업에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를 추가했습니다. 중국 2위 유제품 기업인 멍뉴(Mengniu Dairy)는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 확대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수분유 생산을 담당하는 비잉메이트(Beingmate)는 최근 3년 동안 분유 판매량이 감소하자 지난해 반려동물 사료를 판매하기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2030년까지 40% 성장해 490억달러(약 71조2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발맞춰 싱가포르 사모펀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중국 내 반려동물 관련 기업 100여개에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아빠 품에 안겨 있는 중국 아기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중국인들의 반려동물 사랑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이때 중국 내 수백만명이 반려동물 입양에 나서면서 이를 위한 산업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470만개에 달하는 반려동물 관련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려동물울 위한 데이케어센터는 약 3만2000개로 2배 급증했고, 반려동물 사료 매장은 약 3만8000개로 늘었습니다. 동물병원은 73만1000개로 60% 증가했습니다.

빠르게 성장 중인 반려동물 산업이지만 위협으로 다가오는 위험요소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먼저 반려동물 제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부족 문제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규제안이 없어 품질이 낮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상하이소비자협회가 수십개의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5개 브랜드의 단백질 함량이 광고된 수치보다 25% 이상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여러 브랜드 사료에서 과도한 박테리아가 검출됐고, 한 브랜드 사료에서는 반려동물에게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의 280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콩 H&H그룹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리펑팅은 “반려동물 주인들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업계 전체게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정부 차원의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는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중국 내 일부 도시에서는 반려동물 면허와 예방 접종 의무화가 시작됐고, 이 같은 규정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보다 더 돈이 많이 들게 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생겨 반려동물 입양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한 반려견 유치원은 매일 아침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집 앞 반려견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유치원에 들어가고자 하는 반려견은 적응 여부 판단을 받기 위한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반려견 유치원 하루 스케줄은 게임·간식·낮잠 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고, 보호자들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반려견들의 하루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유치원에 반려견을 보내기 위해 하루에 들어가는 비용은 500위안(약 10만원)으로, 이는 어린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보다 더 비싼 수준입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반려동물 사료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보호자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이 항상 건강하고 함께 오래 살기를 바란다”며 “매번 최고를 해주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간파한 시장이 이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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