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봄에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전준범 기자 2025. 3. 1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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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눈이 내리면 그냥 '눈이 왔구나' 생각한다.

그게 겨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다.

봄에 눈이 내리면 당황스럽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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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눈이 내리면 그냥 ‘눈이 왔구나’ 생각한다. 그게 겨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다. 봄에 눈이 내리면 당황스럽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다. 계절의 순리를 거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눈이 내린 3월 18일 경기도 수원시 한 공원에서 시민이 눈 쌓인 산책로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주식시장에서도 그렇다. 주가가 계속 빠지면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올라가고, 어느 순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언젠가 조정이 시작된다. 시장의 이치다.

주가가 충분히 빠진 것 같은데 더 추락하고, 가격 거품이 심한 듯한데 또다시 랠리를 이어가면 봄에 쏟아지는 폭설처럼 당황스럽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움이 영원한 경우는 없었다. 봄엔 결국 꽃이 피고 얼음이 녹는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건 현재 흐름이 영원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닐까. 그러나 단 한 번도 한쪽으로 영원했던 적은 없다. 특정 방향의 기세가 오랜 기간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 역시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조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흘러간다.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꺼낸 건 올해 글로벌 증시가 작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온 미국이 다소 부진하고, 오랜 시간 부진했던 중국과 작년 수익률 최하위권의 한국은 반등한다. 침체했던 유럽도 독일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자 곳곳에서 침소봉대(針小棒大)와 일희일비(一喜一悲)가 고개를 든다. 이제 미국 증시는 끝났다거나 한국 투자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식이다. 며칠 전엔 미국 주식을 급히 팔고 한국 주식에 올인했다는 지인을 만났다. 단타로 먹고사는 ‘꾼’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데, 포트폴리오 조정의 근거는 ‘인터넷 여론’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작년의 과잉과 과다를 덜어내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당분간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정부효율부(DOGE) 변수, 한국 공매도 재개 등의 불확실성 요인에 따라 찰나가 될 수도 있고 오랫동안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영원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시장의 기본 이치를 밑바탕에 깔아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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