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마약 ○○’ 음식점 간판 바꾸는 비용을 지자체가 대준다는데…

서울시에는 ‘마약○○’ ‘양귀비○○’ 식의 간판을 단 음식점이 16곳 남아 있다. 작년 7월 개정된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이런 간판을 달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이에 서울시는 청소년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 간판 교체 비용으로 음식점 한 곳에 최대 27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약 김밥이라고 간판을 달아도 실제로 마약이 재료가 됐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텐데 간판 교체에 굳이 비용 지원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기금 활용해 마약 간판 떼려는 지자체들
서울시는 최근 마약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이 위치한 10개 자치구 등에 간판 교체 비용 지원 사업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의회가 지난 4월 30일 관련 사업을 위해 구체적인 비용 지원 기준을 포함한 개정 조례안을 가결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 조례안은 음식점에서 간판이나 메뉴판 등에 표기된 마약 용어를 교체하면 최대 270만원을 지원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자체는 음식점 1곳당 간판은 최대 200만원, 메뉴판 50만원, 제품 포장재 20만원을 지원할 수 있다. 작년 개정된 식품표시광고법에는 비용 지원을 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없었다.
지원금은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다. 식품진흥기금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징수한 과징금과 식품위생단체의 출연금 등으로 구성된다. 별도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고 한다.
이렇게 서울시가 비용까지 지원해 음식점의 마약 용어 교체에 나선 것은 청소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마약 김밥이나 마약 커피 등 마약 용어의 상업적 사용이 마약에 친숙한 느낌을 주느냐는 물음에 청소년 48.6%가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고 응답한 조사가 있다. 서울시의회는 개정 조례안 검토보고서에서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등의 마약류 용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품접객업소가 초·중·고 주변에서 영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앞서 경기 안양시도 마약류 용어를 사용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과 안양이 속한 경기는 전국에서 마약 사범이 많이 적발되고 있는 지역들이다. 작년 국내서 적발된 마약 사범은 총 2만3022명이다. 이중 경기가 58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5623명으로 뒤를 이었다. 마약 사범 10명 중 4명꼴로 서울, 경기에서 적발되는 것이다.
◇“마약 김밥 재료, 누가 마약이라 생각하나”
반면 마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간판이나 메뉴판 등을 교체까지 하는 게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간판에 있는 ‘마약’이라는 단어를 보고 실제 마약이 음식의 원재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냐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한 음식점 업주는 “국밥, 짬뽕 등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상호를 붙이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 아니겠냐”고 했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도 “음식점 업주가 (마약류를 연상케 하려 했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하면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예컨대 양귀비 상호를 쓰는 음식점에서 마약류가 아닌 ‘아름답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고 하는 식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법과 조례안을 개정한 것을 두고 음식점 업주를 마약 사범으로 비치게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수년간 쌓아 올린 인지도 등을 270만원에 포기하라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배달을 주로 하는 음식점은 상호 변경이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상호와 메뉴판 등을 모두 교체하는 비용으로 270만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마약류 용어를 사용하는 음식점 대부분이 체인 형태라는 점도 상호 교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보면 마약류 용어를 사용하는 음식점 대부분이 가맹점주”라며 “본사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상호를)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26일 기준 서울시 내 간판 교체 지원 대상 음식점은 총 16곳이다. 이 중 12곳이 가맹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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