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질 것" 불신 여전

2008. 10. 2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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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문성일기자][[머니위크]정부 10.21 부동산 대책]

"수요자들은 움직일까? 부동산시장은 반응할까?"

정부가 건설사들의 자금난 해소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한 수요 진작을 명목으로 '10.21대책'을 내놓았다.

6.11 지방 미분양대책을 시작으로 MB정부 들어 벌써 여섯번째 대책이다. 대책 발표 때마다 매번 크고 작은 기대가 있었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냉담했다. 그나마 움직임을 보였던 때도 2~3일간 반짝하는데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허약해진 부동산시장 자체의 체질도 문제지만, 시장을 둘러싼 전체적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악재가 전 세계적으로 탈이 난 금융시장이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은 정책보다는 거시적 변수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대책 역시 지금까지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수요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집 사겠다"고 덤벼드는 '강심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시장이 왜 반응하지 않는지"에 대한 답이다.

◆대출규제 풀려 호재지만 효과는 '글쎄'

이번 10.21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역시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다. 무엇보다 이들 규제에서 벗어날 경우 꽁꽁 묶여 있는 대출 제한이 풀려 거래시장도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현행 규정상 주택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하는 대출 규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이 대표적이다. 이때 주택담보대출은 1인당 1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규제가 모두 풀릴 경우 수요자 입장에선 막혔던 자금난이 대폭 해소될 수 있다. 1년 유예기간을 두는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처분조건부 대출 규제도 동시에 사라진다.

특히 DTI 규제로 인해 대출이 안돼 주택 매입이 어려웠던 갈아타기 등의 수요층들도 이번 조치에 따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시세의 40%까지 대출이 제한되는 LTV에 비해 DTI(6억원 초과 시 40% 적용)의 경우 사실상 수요자들의 구매를 억제시키는 기능을 해왔다.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더라도 DTI 비율에 걸려 대출 자체가 대폭 제한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되더라도 신규 수요가 단기간 내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이번 대출 규제완화에도 거시경제 악화, 고금리,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금융시장 불안 등 각종 악재가 많다. 여기에 매수자들이 집값 하락을 내다보고 매수를 꺼리고 있어 지금의 약보합세나 하락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신규분양시장 상황도 그다지 나을 것 같지 않다. 시장 하강국면에선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에만 청약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약에 불리했던 수요자들의 더 좋은 청약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종전의 고분양가 미분양 단지들은 더욱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분양 적체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결국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집값과 금리 안정이 필요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의도 없다"…냉랭한 시장 반응

실제 이번 10.21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이 수도권의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경기 용인을 비롯한 해제 예상 지역에서조차 시큰둥한 반응이다.

혹시나 했던 중개업소들도 전화통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용인시 상현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대형 호재이지만, 문의도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고 말했다.

역시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이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매물가격도 더 빠지는 양상이다. 용인 상현동 성원쌍떼빌3차 129㎡는 현재 4억원대(4억1000만원)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이 아파트는 2년 전 6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물건으로, 불과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4억7000만원에 나온 바 있다.

용인과 함께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1순위로 꼽히는 김포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장기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경기가 이렇게 엉망인데, 누가 집사겠다고 덤비겠냐"고 반문했다.

◆활황세 때는 오히려 시장불안 요인 될 수 있어

이처럼 시장을 둘러싸고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시장이 정상화되거나 활황세로 접어들 경우 이번 대책과 함께 앞선 수차례의 대책을 통해 단행된 각종 규제들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DJ정부 당시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규제의 빗장을 죄다 풀어놓은 이후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발생했던 수많은 부작용이 또 다시 재연될 수 있다. 특히 주택 구매력이나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에게 DTI와 LTV와 같은 금융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나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정금리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10%를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가계 부채를 더 부추겨 금융 불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대책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과열기미가 보일 경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을 선제적으로 조기 지정하는 등의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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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기자 ssamdd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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