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리스트도 훈련장 눈칫밥…학교 밖 운동부의 힘겨운 '셋방살이'
[편집자주]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학생 수가 줄다 보니 야구부와 축구부는 언감생심이다. 꿈을 키우기 위해 전학하고 멀리 통학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운동부를 책임지는 교육부와 문화체육부는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올해 여름이 운동을 꿈꾸는 일부 학생들에겐 운동장에서 뛰는 마지막 여름일 수 있다. 그들이 내년 여름에도 운동장에서 꿈을 펼 수 있는 대안을 살펴봤다.

"선수가 왜 시립 테니스 코트를 쓰냐는 동호인들의 민원이 굉장히 많습니다."
경기 오산시 G-스포츠클럽 테니스 종목 이진아 감독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이 감독은 2019년부터 G-스포츠클럽에서 테니스를 지도하고 있다. 전용 훈련시설만으로는 부족해 동호인들이 이용하는 오산시립테니스장을 함께 이용하다보니 동호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G-스포츠클럽은 경기도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연계하기 위해 2018년 전국 최초로 추진한 공공형 스포츠클럽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예산을 절반씩 부담한다. 7월 기준 도내 28개 시군의 137개 클럽에서 학생 1600여명이 참여한다.
오산 G-스포츠클럽은 지난 5월에는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초등부 우승자 2명과 중등부 준우승자 1명을 배출했다. 오산 G-스포츠클럽의 테니스 종목에는 현재 국가대표를 꿈꾸는 20여명의 선수가 소속됐다.
오산 G-스포츠클럽처럼 우수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스포츠클럽은 학교운동부를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학교운동부에 비해 훈련 시설과 시간이 제한된다. 모든 G-스포츠클럽이 장기간 지속되려면 새로운 선수 유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훈련 시설은 필수다. 이 감독은 "최근 비선수 등록 아이들을 모아 엘리트 선수반으로 옮기기 위해 새싹반 모집을 시도했다. 그런데 훈련 시간대나 코트 사용 등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군포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종목 선수들도 훈련시설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중학교 2곳과 체육센터 등 훈련장 3곳을 대관하고 있지만 일반 학생과 동호인이 안 쓰는 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요일마다 후프와 곤봉 등 기구들을 들고 훈련장을 옮겨 다녀야 한다. 군포 소속 리듬체조 선수 A양(14)은 화요일엔 ◇◇체육센터로, 수요일엔 ○○중학교, 목요일엔 △△중학교로 곤봉 등을 넣은 캐리어를 들고 다닌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바닥에 매트를 접고 깔기를 반복해 훈련 시간이 더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군포 소속 다른 리듬체조 선수는 "매번 무거운 매트를 모두 펼치려면 15분 정도 걸린다"며 "그것 때문에 운동 시간이 더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 코로나19(COVID-19) 당시에는 아예 1곳도 협조를 구하지 못해서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컨테이너형 체육관을 빌려야 했다. 학교나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훈련할 장소조차 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학부모들이 내야 하는 수익자 부담금 관련 가이드라인도 없다. 그러다 보니 소속 체육회나 종목에 따라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부담금이 천차만별이다. 가령 군포 G-스포츠클럽은 모든 종목에 대해 수익자 부담금을 받지 않지만 김포 G-스포츠클럽의 수익자 부담금은 종목에 따라 10만~15만원이다. 유도 종목의 경우 양평 G-스포츠클럽에서는 수익자 부담금이 100만원이지만 안성에서는 10만원이었다.
일부 종목 학교운동부 소속 선수들 사이에서 공공 스포츠클럽이 '취미' 수준으로 여겨지는 현실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중학교 축구부 소속 학생선수는 "스포츠클럽은 아직 동아리 수준이어서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며 "전국 대회에서 만나면 여전히 명문 학교운동부가 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야구부의 한 선수도 "스포츠클럽은 운동부만큼 성적을 못 내서 안 가고 싶다"며 "클럽으로는 인서울 대학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한 초등학교 교장 역시 "스포츠클럽은 프로를 목표로 하는 운동부와 달리 체력 증진과 생활 운동의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산(경기)=박진호 기자 zzino@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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