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문체부 '엇갈린 팀플'에 갈길 잃은 학교운동부
[편집자주]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학생 수가 줄다 보니 야구부와 축구부는 언감생심이다. 꿈을 키우기 위해 전학하고 멀리 통학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운동부를 책임지는 교육부와 문화체육부는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올해 여름이 운동을 꿈꾸는 일부 학생들에겐 운동장에서 뛰는 마지막 여름일 수 있다. 그들이 내년 여름에도 운동장에서 꿈을 펼 수 있는 대안을 살펴봤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 아래 10년 넘게 운동부 활성화 계획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우여곡절 끝에 수립된 계획도 실행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좌초되기 일쑤였다. 부처 간 '핑퐁' 속에 장기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운동부 선수와 감독들은 현장에서 시행착오만 반복하고 있다.
29일 교육계와 체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제3차 학교체육 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엔 포함된 '거점형 학교운동부' 모델안은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
거점형 학교운동부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인근 학교운동부를 통합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운동부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학생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거점형 학교운동부는 '미래 체육인재 육성 강화'라는 과제 아래 국가 차원의 학교운동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2024년까지 거점형 학교운동부 구축 및 운영 모델안을 마련한 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한다고 적었다.
문체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따로 (거점형 학교운동부) 모델안이 있진 않다"며 "올해 운동부 창단 지원 사업으로 공모를 내면서 거점형 학교운동부를 우선 선정한다고는 발표했고, 선정한 학교 5곳 중 1곳은 거점형"이라고 말했다.

2018년 2차 기본계획에서는 '운동하는 모든 학생, 공부하는 학생 선수'라는 구호 아래 운동부 활성화 계획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운동부 관련 정책은 학생선수 학사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저학력제 엄격 적용, 체육특기자 선발 시 내신성적 반영 의무화 등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 사이 학교운동부가 설 자리는 줄어갔다. 2012년 5281개에 달하던 운동부 운영 학교는 지난해 3898개로 줄었다. 12년간 약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학생선수는 7만1518명에서 4만4723명으로 37.5%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율인 25.5%보다 더 크게 줄었다.

교육부도 지난 15년간 '학교체육 활성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운동부 학생선수 인권 보호, 폭력 예방 등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만든 협의체에서도 운동부 육성 계획은 주요 논의에서 배제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두 부처가 협업하는 '학교체육 정책협의체'는 2022년부터 지난 6월까지 차관급, 국장급, 과장급 협의체를 포함해 총 13회 열렸다. 주요 논의 안건은 △학생선수 출석인정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등에 그쳤다.
학습권은 강조됐지만 정작 운동부 학생들의 '운동할 권리'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희 경일대 스포츠복지학과 교수는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선수로서의 권리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최근 몇년간 선수로서 운동할 수 있는 권리는 학습권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 내 한 교육청 소속 장학사 A씨는 "교육청에선 운동부 학생 수에 비해 많은 예산을 운동부에 투입하며 선수 수를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정작 학생선수 육성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운동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학교운동부 지원 방안으로 운동부 창단 지원 사업뿐 아니라 '국립체육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가 기존 학교운동부 운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새미 인천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체육고등학교에선 영재학교를 반대할 것"이라며 "우수한 선수들을 다 뺏어간다고 생각할테니 원활히 운영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위기에 처한 운동부를 살릴 지속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 지역거점형 모델인 지정스포츠클럽은 운동부에 비해 수준이 낮다"며 "많은 운동부가 해체 위기에 놓였지만 선수들이 갈 곳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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