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회고록’ 나온다…‘노동 운동’부터 ‘계엄 반대’까지 가치관 담겨

강윤서 기자 2025. 4.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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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인연’ 노하린 작가, 김문수 인터뷰 토대로 집필…金, 최종 검토
《나의 사랑 대한민국》 오는 14일 출간…尹·박근혜와의 관계도 담겨
金 부부 “野의원들 앞에 고개 숙이지 않아 지지율 오른 점 안타까워”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나의 사랑 대한민국》 책 표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자서전급' 저서가 오는 14일 출간된다. 김 전 장관은 직접 집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과 좌표는 물론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한 속내, 특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고뇌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최종 내용 검토에도 관여하면서 사실상 이번 조기대선 국면에서 김 전 장관의 육성을 담은 유일한 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력 대선 주자들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잇따라 자서전을 낸 가운데 김 전 장관도 '출간 정치' 경쟁에 합세한 것이다.

책 제목은 《나의 사랑 대한민국》이다. 책은 김 전 장관에 대한 회고록 성격이 짙다. 발행처는 서울문화사다. 저자는 기자 및 방송작가 출신인 노하린 작가로, 김 전 장관을 만난 지 15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총 8개 챕터와 프롤로그, 에필로그, '글을 마치며 김문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트로 구성됐다.

8개 챕터의 제목은 △ (윤석열 전 대통령) 첫 만남 △ 아스팔트 우파 △ 배고픈 시골 아이의 꿈 △ 공장 노동자가 된 명문대생 △ 사랑과 결혼 △ 두 번째 투옥과 무너진 꿈 △ '국민 머슴'으로 10년 △ 택시 운전하는 도지사 등이다. 여기에는 노동운동가 시절부터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파란만장'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전 장관의 삶이 구체적인 발언 등을 포함해 상세히 기록됐다.

이야기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서 출발한다. 김 전 장관이 탄핵 국면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차기 대통령'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결정적인 장면에 대한 그의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해 계엄 사태 관련 국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일어나서 고개 숙여 사과하라'는 요구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 전 장관만이 국무위원들 중 유일하게 꼿꼿이 자리에 앉아 있었던 바로 그 장면이다.

이는 '꼿꼿 문수'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파급력이 셌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아내 설란영씨는 되레 참담했다고 한다. 부부는 "아니 이게 무슨 기삿거리라고 난리인가"라며 '원칙과 상식'이라는 기본 가치가 지켜지지 않아 사회에 극한의 혼란이 일어났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주변 국무위원들에게도 '일어서지 말라'고 당부한 것은 이러한 분노가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과하지 않으면 내란 폭동의 동조자로 취급되는 인민재판 분위기',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모습' 등은 원칙과 상식에 벗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통령 경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챕터에선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관계에 대한 내용도 자세하게 서술됐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장관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3~4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노동문제, 대북정책 방향, 자유민주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서로를 알아갔다. 그날의 의기투합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경사노위 위원장,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직을 맡기는 과정까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에서도 '계엄'은 변수가 됐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과정을 지켜보면서 윤 전 대통령이 모든 짐을 혼자 떠안고 가야 하는 데 대한 안위가 걱정됐다고 했다. 그렇지만  '꼭 이런 식(계엄)으로 해결해야 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차라리 국민의 여론을 환기시켰으면 어땠을까'라며 '(내가) 그때 대통령 곁에 있었다면 하지 말라고 호소했을 것'이라고 계엄을 막지 못한 점을 한탄했다.

'동갑내기' 박 전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에서 경선 상대로 부딪혔다. 김 전 장관으로선 박 전 대통령을 어린 시절엔 범접할 수 없는 '대통령의 딸', 운동권 시절엔 '독재자의 딸'로 바라봤다고 한다. 인식의 변화는 경선 때였다. 김 전 장관은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서로의 행정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진솔한 대화를 나눴고 김 전 장관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이 나라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책은 김 전 장관을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끝마친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 '도지사입니다' 등 불편함을 유발하는 강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영혼이 맑은 정치인'이라고 평가되는 김 전 장관처럼 서민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정치인은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다. 파편적인 발언을 토대로 김 전 장관을 너무 쉽게 판단·매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아울러 젊은 시절엔 노동운동 황태자로 불렸고, 이후 부천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일 잘하는 정치인'으로 꼽힌 점을 피력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는 지역 사정과 민심을 듣기 위해 택시 운전사 자격증을 땄던 일화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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