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영남의 정당” 낭떠러지 앞 국민의힘
국힘 30대 지지율은 한 자리대 폭락…70세 이상만 30%지지
‘강성’ 정청래는 ‘정당 해산’ 압박…野일각 위기감 확산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고장 난 화재경보기 같은 것이다. '벨'이 울려도 믿지를 않는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핵심관계자로 있었던 야권 인사는 최근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총선만 3연패이고 대통령 2명이 탄핵 당했는데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 와중에 '나'는 살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반명(反이재명)과 수구가 합쳐진 낡은 기득권 집단일 뿐"이라고 30년을 지킨 친정을 비판했다.
사견일까. 그렇기엔 최근 드러난 '숫자'가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0~20%대를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오직 TK(대구/경북)에서만 여당 지지율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는 사이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고 70세 이상 노인 연령층에서만 3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탄핵의 늪'에 빠져 내홍이 이어지는 사이, 국민의힘이 '정치적 사선' 앞에 선 모습이다.

PK도 등 돌렸다…세대 불문 지지율 추락
지난 대선 직후 국민의힘에선 '절망감'과 함께 '안도감'도 감돌았다.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조기대선이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1.15%의 득표율을 얻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 득표율(8.34%)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국민 중 절반 가까이가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원치 않았던 셈이다. 이에 여당은 정권 탈환에도 긴장감이, 국민의힘 내부에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확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재기의 희망은 금세 허물어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당이 내홍에 휩싸인 사이 이재명 정부 지지율은 60%선 이상을 웃돌며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대선 득표율을 고려하면 '후보 이재명'을 비판했던 일부 반명 유권자가 '대통령 이재명'을 지켜보며 친명으로 돌아선 셈이다.
반대로 반명이라는 기치 아래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중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3일까지 3일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NBS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17%로 나타났다.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이후 NBS기준 역대 최저 지지율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7.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 심각한 것은 지역별 지지율이다. 국민의힘은 TK에서만 지지율 35%로 민주당(19%)을 앞질렀다. 그 외 서울(11%)과 인천/경기(17%), 부산/울산/경남(19%) 등 전 지역에서 여당에 열세를 보였다. 선거의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평가받는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지지율이 17%에 그치며 민주당(49%)에 크게 뒤졌다.
연령별 정당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 현 민심 성적표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민의힘을 가장 많이 지지한 연령층은 70대 이상(30%)인데, 그 마저도 민주당 지지율(37%)에 못 미쳤다. 이 외 국민의힘 지지율은 ▲18~29세 18% ▲30~39세 8% ▲40~49세 11% ▲50~59세 13% ▲60~69세 23%로 전 연령에서 민주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념별 조사에서는 보수층 응답자 41%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나, 중도층 지지율은 12%에 그쳤다.

"대선 더 크게 졌어야" 보수 내에서도 '자성' 촉구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국민의힘이 자신들이 작성한 '반성문'조차 제대로 이해,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대선 패배 후 6월5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넘어 지난 윤석열 정부 3년의 실패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총체적 심판을 받았다"며 "이제 더 이상 분열은 안 된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를 '계엄과 탄핵에 대한 준엄한 심판'으로 해석하고 '하나'를 말했던 야당이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선 다시 '반탄파'가 득세하며 분열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전한길씨가 입당하며 당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당권 주자로 나선 장동혁 후보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등의 자성론과 선을 그었다. 유력한 당권 주자인 김문수 후보 역시 "계엄과 내란은 전혀 별개 문제"라며 "제1야당에 대한 내란 몰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하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 후보와 안철수 후보 등이 찬탄파 주자로 나섰으나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는 얻지 못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동훈 전 대표가 불참하는 이번 전당대회에 전한길씨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면서 성격은 '윤 어게인' '탄핵 반대' '반(反)한동훈'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날개 없이 추락하는 국민의힘 상황이지만 그 내부는 당권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혁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이른바 '여당 독주'의 반사사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강성'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정당 해산 등을 압박하고 나서면 다시 한 번 '반명 텐트'를 구축할 기회가 올 것이란 시각에서다.
그러나 상대의 실점만 기대해선 차기 지방선거의 반전도, 지지율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물밑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은 "얼마 전 의원이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했는데 '영남과 강남 의원들은 섬에 사는 사람들 같다'고 말하더라"며 "여당을 견제하려면 우리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상황 인식 자체가 안 되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대선 직전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보수 원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당시 국민의힘 패배를 예언한 뒤 변화 가능성에 "힘들 것이다. 한참 걸릴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는 처방전을 묻자 역설적으로 '지금 보수의 죽음'을 말했다.
"보수가 가진 자유민주주의적 특성은 절제·제한된 정부인데 윤석열 정권은 이를 뛰어넘은 폭력 정권이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수는 '이재명은 더 싫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갖고 상대를 악마화한다. 보수가 시민의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 증거다. 이런 보수가 집결하는 만큼 시민의 보수가 새로 태어나는 것에 방해가 된다. 새로운 보수가 탄생하려면 명예롭게 깨끗하게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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