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력 빛난 전희철 SK 감독 “코치·전력분석원 거치며 시야 넓어져”

남지은 기자 2025. 3.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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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 확정
“5일간 경기 영상 분석해 팀 문제 찾아”
2024~2025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최소 경기 1위 기록을 세운 전희철 감독. 남지은 기자

대체 이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사는 걸까. 정규리그 1위를 눈앞에 둔 지난달 20일 경기 용인 서울 에스케이(SK) 훈련장에서 만난 전희철 감독은 수시로 웃겼다. 말을 재미있게 잘했다. 1월 올스타전에서 ‘심판 빙의’ ‘오징어게임 패러디’ 등으로 9천여 관중을 웃긴 ‘바이브’가 평소에도 나왔다. 그는 “끼가 많은 건 아닌데 (웃기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면서 “그저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이번 시즌 에스케이는 감독의 끼만큼 재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 일찌감치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역대 최소 경기(46경기) 1위 기록도 세웠다. 팀으로서는 2012~2013, 2019~2020, 2021~2022에 이어 네 번째 1위인데 그 중 두 번을 전 감독이 해냈다. 전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1~2022에 이어 두 번째 통합 우승에도 도전하게 됐다. “남은 정규리그에서 선수들 부상도 조심하면서 좋은 경기도 보여줘야 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빨리 1위 해놓고 통합 우승 못 하면 그것도 또 그런데….” 말은 걱정이라면서도 입은 계속 웃었다.

전희철 에스케이 감독. 한국농구연맹 제공

에스케이의 질주는 뜻밖이었다. 다른 팀과 달리 전력 보강이 없던 탓에 시즌을 앞두고 4~5위 정도로 점쳐졌다. 전 감독은 “비시즌 때 훈련을 열심히 한 것, 시즌 내내 큰 부상이 없었던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기본기를 잘 다진 덕에 하드콜 변수에도 에스케이하면 떠오르는 속공(1위, 속공 득점 1위)과 철벽 수비(실점 1위)를 코트에서 제대로 발현했다. 자밀 워니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선형, 안영준, 오재현, 오세근 등 신구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는데, “‘펀’한 시즌”의 중심에는 전 감독의 ‘소통과 데이터’를 동반한 지도력이 있다. 그는 시즌 초반 9연승 뒤 첫 3연패에 빠지자 모든 경기 영상을 분석해 답을 찾았다. “전력분석원, 코치 등이 5일 동안 고생하면서 누가 쓸데없이 공을 오래 잡고 있는지, 동선은 어떻게 엉컸는지 등 우리 팀의 문제점을 찾아냈어요. 매를 일찍 맞아서 문제를 일찍 풀 수 있었죠.” 팀 성적이 좋으면 선수들이 개인 욕심을 내기 마련인데, 데이터로 토론하면서 무리한 플레이도 사라졌다. “내가 가고자 하는 농구에 따라 달라,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죠. 선수들이 믿고 따라줬어요. 고맙죠.”

전 감독을 믿은 대표적인 선수가 에스케이에서 6시즌을 뛴 워니다. 이번 시즌 워니(46경기 기준 평균 34분24초 23.5득점 12.3튄공잡기 등) 활약에는 코치 시절부터 함께 한 전 감독의 노력도 있다. 전 감독은 코치 시절 누구보다 워니를 믿어줬고, 그의 점프슛 자세를 교정해주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워니와 많은 대화를 했다. 전 감독은 그래서 워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워니 없는 에스케이는 상상하기도 싫다”며 웃었다.

에스케이 정규리그 1위 일등공신 자밀 워니(왼쪽)와 전희철 감독의 훈훈한 모습. 한국농구연맹 제공

그는 “감독은 팀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에스케이에 오래 몸담으면서 구단 내부 사정과 선수 장단점을 꿰뚫은 데서 기인한다. 전 감독은 선수를 은퇴하고 전력분석원, 운영팀장은 물론, 2군 코치, 1군 코치, 수석코치를 모두 경험했다. 회사로 치면 사원부터 시작해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한 뒤 대표가 된 셈이다. “다른 분야를 경험하면서 사회도 알게 되고 시야도 넓어졌어요. 운영팀장을 한 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됐어요. 코치만 했다면 몰랐을, 농구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뒷면도 보게 됐죠.” 코치 경험을 12년간 한 것도 좋은 수장이 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코치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감독에 대해) 보고 배우고 공부하고 메모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의 자산이 됐다”고 했다.

“감독은 매력적인 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는 그는 “새로운 기계를 경험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얼리어댑터예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뒤 노트북을 최신 사양으로 교체했단다. 이번에는 새 기계를 경험하지 않아도 될까? “단기전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줘야 한다는데 우리는 조직력이 잘 맞춰져 있으니까 상대팀에 대한 분석을 잘하는 게 첫번째다. 그리고 우리가 잘하는 걸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른 팀들이 알면서도 막지 못한 “속공, 수비 그리고 워니!”다.

용인/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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