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에 '왕조 DNA' 심은 박혜진…고향팀서 첫 시즌 '행복농구'
(부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저만의 시즌 MVP를 줄 수 있다면, 박혜진에게 주고 싶습니다."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의 2024-2025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한 박정은 부산 BNK 감독의 말이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 주축이었던 박혜진은 15년을 뛴 우리은행을 떠나 이번 시즌 BN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우리은행에서 8차례 챔프전 우승을 경험하고 그중 세 번은 MVP에도 올랐던 프랜차이즈 스타 박혜진이 지난 시즌 꼴찌 팀 BNK로 옮겨간 것은 여자프로농구 이적 시장 최대 화제 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막바지에 영입을 결심했다는 박정은 감독은 개인적 친분이 없었던 박혜진에게 직접 연락해 "고향에 내려와 보니 좋더라"며 함께 하자 제안했다고 한다.
박정은 감독과 박혜진 모두 부산 출신으로, 동주여중 동문이기도 하다.
박 감독의 부름에 응답한 박혜진은 기대에 걸맞은 활약으로 BNK가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큰 경기를 수도 없이 치러 온 그는 특히 이번 챔프전 2연승 뒤 3차전에서 52-54로 밀리던 4쿼터 종료 18.4초를 남기고 역전 결승 3점포를 꽂아 시리즈를 끝내며 '역시 박혜진'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챔프전 MVP는 BNK의 주전 포인트가드 안혜지에게 돌아갔지만, 박정은 감독은 '마음속의 MVP'로 박혜진을 꼽았다.
박혜진은 "여기 와서 우승을 바라면서 해 온 것은 아니었다"며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 팀에서 너무 익숙한 농구를 하다 보니 팀을 옮기면서 새로운 동기를 찾아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면서 "나이가 많지만, 새 팀에선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었기에 신인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원 없이 노력했다"고 시즌을 되짚었다.
"계속 상위권을 달리다 보니 욕심이 생기고, 제 역할을 못 하거나 다칠 때도 있었는데, 6라운드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지면서 2위가 확정됐을 땐 처음으로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다"라고도 고백한 박혜진은 "모두가 고생하고 노력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득점을 비롯한 수치로 나타나는 기록보다도 박혜진은 BNK에 '우승 DNA'를 심은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2년 전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3연패를 당했던 BNK는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은 주장 박혜진의 존재감 덕분에 이번엔 3연승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박혜진은 "선수들에게 좀 더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제가 '따라오라'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불신이 생길 것 같아서,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발악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 이 유니폼에 첫 번째 별이 달린다고 생각하니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다 우승 기록을 9회로 늘린 박혜진은 2번 더 정상에 오르면 강영숙(은퇴)이 보유한 역대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박혜진은 '10번째 우승 도전'부터 일단 손사래를 치더니 "우승해서 이렇게 좋다고 하지만, 내일이면 또 지난 일이 된다"면서 "조금 쉬다가 그냥 제가 가장 잘하는 것,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다 우승 기록' 얘기에도 담담하던 박혜진은 15년을 함께 했던 '친정' 우리은행 얘기엔 감정이 조금은 올라오는 듯 보였다.
그는 "우리은행과의 대결 또한 한 경기일 뿐이라고 말은 했지만, 마주칠 때마다 슬픈 감정이 있긴 했다. 우리가 졌을 때는 차라리 당당하게 인사했는데, 이겼을 때는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위성우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보면 죄송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위 감독님의 가르침이 몸에 배어있는 덕분"이라면서 "농구공을 놓는 날까지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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