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憲 블랙홀'에 경제·민생 묻히나.. 우려 증폭
대내외 악조건 속 불안 심화
외환위기는 YS 임기말 터져
“중·장기적으론 도움” 주장도
‘개헌 논의 때문에 경제·민생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자칫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이 개헌 논의에 함몰돼 경제·민생 등이 도외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군 이래 최악의 국난(國難)’이라고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김영삼정부(1993년 2월~1998년 2월)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1997년에 발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사실상 마지막 해가 되면 ‘레임덕’(집권 말 권력 누수)과 새로운 권력 창출 가능성에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중요한 경제·민생 문제가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제 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개헌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이슈가 박근혜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에 불거져 나오면서 새로운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가 다른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현시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에 변수가 많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등으로 내수 경기마저 침체에 빠질 우려가 높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개헌 논의가 여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경우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공청회를 여는 것으로 본격화하는 내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등의 심의 과정이 여론의 관심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국회 통과가 시급한 각종 경제·민생 법안에 대한 논의도 미뤄질 수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번 주에 개최할 예정인 경제팀의 첫 번째 ‘현안 점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신속한 정책 결정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적기에 진행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개헌 논의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된다면 외환시장이나 외국인 투자자금 이동 등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각종 한계를 뛰어넘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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