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아닌 모자 관계" 머슴 남편 향한 전문가의 진단
[이준목 기자]
모든 걸 지시하는 '마님 아내'와 시킨 대로 다 하는 '머슴 남편', 이 부부의 사연에 숨겨진 충격적인 반전은 무엇일까. 왜 남편은 자발적 머슴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4월 17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는 10기 출연자인 '머슴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장강재- 박경애 부부는 7살 연상연하 커플로, 에어컨 수리기사와 고객으로 처음 만나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2024년 결혼했다. 27세의 젊은 남편은 역대 남성 출연자 중 최연소였다. 부부는 이혼을 원하는 아내의 신청으로 출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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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숙려캠프>중 한 장면 |
ⓒ JTBC |
아내는 집안일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남편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했다. 심지어 아내는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남편이 먹는 음식까지 통제하려 했다. 이미 격무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투잡'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남편은 아내의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잔소리와 심부름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혼 의사는 전혀 없다며 "아내하고만 의지하고 살고 싶지, 다른 건 필요 없다"며 아내 바라기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며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남편은 왜 아내의 말에는 꼼짝 못 하고 머슴처럼 살게 된 걸까. 패널들은 모두 의아해했지만, 남편 측 영상이 나오는 내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내는 돌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내 측 영상이 공개됐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의 머슴 노릇을 자처하게 된 진짜 이유와, 부부를 둘러싼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났다.
사실 남편은 사실 과거 아내를 배신하고 '외도'를 저질렀다. 아내가 6개월간 집을 비웠던 시기가 있었고, 남편은 아내의 부재를 틈타 상간녀를 집까지 불러들였다. 남편의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두를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남편의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태도였다. 남편은 자신이 외도했다는 것은 본인의 잘못이라며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사과했다며 과거 일로 치부하고 셀프 면죄부를 내렸다. 패널 진태현은 "만일 내가 남편을 먼저 때리고 나중에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되는 거냐"고 비유하며 어이없어했다.
외도 후에도 당당한 남편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외도를 추궁하는 아내 옆에서 바람을 피운 본인의 잘못보다 "아내 있는 것 알면서도 꼬신 여자가 잘못"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럼 자기도 다른 남자와 자고 오라"는 막말까지 내뱉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현재는, 과거의 일은 기억이 안 난다며 발뺌하거나,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당시 큰 상처를 받은 아내는 악몽 같은 기억을 피하고자 결국 상간녀가 머물렀던 자기 집에서 물건까지 모두 버리고 도망치듯 이사했다. 지금도 아내는 진지한 사과를 원했지만 남편은 장난치듯 빈정거리며 회피하기에 바빴다.
남편이 저지른 각종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적발된 사건 외에도 또 다른 외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 본능에 충실한 남편은 식욕과 성욕이 모두 지나칠 정도로 왕성했고 아내의 입장이나 가계 지출 등은 고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 여기에 남편은 아내의 지인들 앞에서 연상 아내를 무시하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내뱉었던 일화도 드러났다. 만취한 남편이 계단에서 아내를 밀어버린 적도 있었다고.
또한 남편은 지입사기(일자리를 명목으로 차량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 후 일을 주지않는 것)를 당한 데 이어, 보험 가입도 안 된 지입 차로 2주 만에 교통사고만 5차례나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남편이 저지른 막대한 빚과 합의금은 모두 아내가 대신 해결했다. 진상을 알게 된 서장훈은 "남편이 나이보다도 더 철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내는 철없는 사고뭉치 남편과 끝내 헤어지지 못했다. 사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었다. 남편 측 영상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던 아내는, 알고 보니 남편의 출퇴근 이동과 배달 알바 할 때 일일이 운전기사 노릇을 수행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챙기는 등, 실질적으로 24시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아내는 '엄마 같은 아내'였다. 모성애가 깊은 아내가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나 아니면 남편 옆에서 아무도 없을까 봐"였다. 남편은 친구도 없었고 아내 외에는 이렇다 할 사회적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내는 말로는 "복수심 때문에" 남편을 부려 먹고 잔소리를 한다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본인이 오히려 남편의 철없는 무리한 요구들까지 묵묵히 다 받아주고 있었다. 아내의 지인들은 모두가 남편과의 이별을 강력하게 권유했지만, 아내는 끝내 거부했고 이로 인하여 지인들과의 관계도 하나둘 멀어졌다고.
또한 아내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아내는 10대 어린 시절에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외입양이 보내지며 강제 이별을 당했다. 아내는 천신만고 끝에 10년 만에 아들을 다시 찾았지만 다행히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만 확인하고 먼발치에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에 모두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트라우마는 아내가 큰 상처를 받고서도 지금까지 남편을 쉽게 놓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아내는 현재 "한계가 100이라면 지금은 100을 넘은 상태"라고 스스로 진단하며 "남편에게 말할 마지막 대화 창구라고 생각하고 방송에 출연 신청을 했다"고 고백했다.
서장훈은 "'지팔자 지가 꼰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내의 주변에서 남편과 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남편도 아내가 나를 절대 놓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저러는 거다"면서 "남편은 아내의 이런 마음을 악용하면 안 된다. 부부가 같이 잘살아보려면 남편은 철없는 아이처럼 구는 자신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부 공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는 정신과 상담 시간을 가졌다. 이일준 정신과 전문의는 아내와의 갈등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남편의 심리를 분석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에 도박에 빠진 어머니가 도주하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던 불우한 가정사가 있었다.
혼자가 된 남편에게 유일하게 찾아온 새로운 가족이 바로 아내였다. 남편은 "아내는 내 인생을 이끌어주는 동반자다. 아내가 없었다면 진짜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못다 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문의는 "남편은 아내와 모자관계 같은 부부 사이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내는 엄마가 아니다. '내가 아이 같아서'라는건 변명이다. 이제는 아이에서 어른이 될 수 있는 징검다리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하며 남편의 변화를 촉구했다.
부부는 심리극을 통하여 남편은 과거에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을, 아내는 아이의 해외로 입양 보내야 했던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의 상처에 대하여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처음으로 그동안의 잘못을 진지하게 사과하고 아내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를 통한 심리생리검사에서 부부 갈등의 오래된 쟁점이었던 '남편이 바람피운 게 단 한 번뿐이었냐'는 질문의 진실 여부를 놓고 부부는 또다시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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