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이어 최상목까지... '벼랑끝' 자영업자들 "현실무시 망언"
[권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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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최 부총리는 "자영업자가 어려운 건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 구조적 변화를 자영업자가 못 따라간 부분도 있다"며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3년 사이 자영업자 부채 연체율이 3배로 증가했다는 야당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자영업자들은 "책임 회피이자 현실 무시에 가까운 망언"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최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아래와 같이 심경을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님,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40여년 만에 일어났는데 이게 자영업 탓입니까?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온라인 판매 때문이 아니라, 경기 하락과 높은 경비 그리고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라는 명목 하에 거대 사업자들의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방치한 결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질서 있게 퇴장하거나 시장 변화에 적응할 시간조차 빼앗겼습니다. 자영업자들은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정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일상을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점에 대해 부총리님은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정부의 '구조적 변화'란 말
서울에서 브랜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B씨는 보다 직접적으로 현재 자영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부총리님, 저는 시장의 변화에 적극 발맞춰 왔습니다. 배달 플랫폼에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며 모든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제 손에 쥐는 돈은 계속 줄어갔습니다. 어느새 저는 자영업자가 아닌 플랫폼의 노비가 되었습니다. 부총리님, 말씀하신 대로 저는 시장 변화에 충실히 적응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사장이 아닌 플랫폼에 종속된 노비가 되었을까요?"
그의 발언은 정부가 말하는 '구조적 변화'가 자영업자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남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는 C씨는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벌어진 한 장면을 상기했다. 당시 김남근 의원이 배달앱의 과도한 중개수수료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대책을 요구하자, 한덕수 총리는 "정부가 그 수수료를 내려라, 올려라 하는 것은 안 맞다"며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원이 "총리처럼 하게 되면 자영업자 다 죽습니다"라고 항변하자 한 총리는 "죽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반박했다. A씨는 최상목 부총리의 최근 발언을 듣고 "최상목씨는 업그레이드된 한덕수일 뿐"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전에 한덕수 총리의 '(자영업자) 죽지 않습니다' 발언에 이어 이번엔 자영업자 탓을 하는 부총리님의 발언을 보면서 현 정부는 우리 자영업자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배달앱들의 가혹한 수수료 문제에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해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자영업자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말로만 '상생'과 '소상공인 지원'을 외치는한덕수 총리나 최상목 부총리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진짜 실력있는 실무형 관료들이 하루라도 빨리 여러분들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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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식당에 폐업 안내문이 붙은 모습 |
ⓒ 연합뉴스 |
자영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기초다. 이들을 희생양 삼아선 어떤 경제 회복도 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영업자를 구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폐업이 속출하는 현재의 상황은 앞서 자영업자들의 지적처럼 현 정부는 절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 부총리는 구차한 변명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구조적 변화라면, 정부가 나서서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남탓과 변명으로 위기를 외면하는 지도자를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는 더 이상 기대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뚱맞은 소리만 늘어놓는 고위 관료들의 행태에, 오늘도 자영업자들은 속절없이 울분만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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