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윤석열-이재명 연대책임이란 <조선>의 어불성설

박성우 2025. 3. 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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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자초한 건 위헌 계엄 선포한 윤석열 본인의 책임... 야당 대표가 무슨 책임 져야 하나

[박성우 기자]

 <조선일보>가 이제는 위헌 계엄 선포마저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일 <조선일보>는 "尹(윤)·李(이) 합작인데 勝(승)과 敗(패)로 가르는 심판의 부조리"라는 제목의 김창균 논설위원 칼럼을 실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이제는 계엄 선포마저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일 <조선일보>는 "尹(윤)·李(이) 합작인데 勝(승)과 敗(패)로 가르는 심판의 부조리"라는 제목의 김창균 논설위원 칼럼을 실었다.

김창균 "윤석열 탄핵 사태 전개, 민주당 변수 얽혀 있다"

김 논설위원은 "민주당의 마구잡이 줄탄핵이 헌재에서 8전 8패째 성적표를 받던 날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봤다"면서 "대통령이 석 달만 참고 버텼다면 민주당은 지금 "탄핵이 당신들 장난감이냐"는 국민적 질타에 몰리고 있지 않을까"라며 지난해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가 아니었다면 윤석열 대신 민주당이 비난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가정은 "부질없는 몽상"이라며 "'계엄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의 탄핵 심판 8전 8패 역시 실현됐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지금은 민주당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 대행에 이어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당초 헌재 재판관 추천을 막은 것은 민주당이다. 자신들이 탄핵 소추한 윤 정부 공직자들의 직무 복귀를 막기 위해서였다. 계엄 선포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 대상이 되자 민주당이 180도 입장을 뒤집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 탄핵 소추를 전후한 사태 전개엔 이처럼 민주당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민주당의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계엄 선포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면서 "이 네 사람 탄핵 소추가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됐다"고 했다.

계엄 사태에 이재명도 함께 책임? 계엄 선포 이전에나 가능한 양비론에 불과

이어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은 헌법 및 법률 요건에 맞지 않는 계엄 선포를 했지만 시작 단계에서 무산됐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불능 미수에 그친 셈"이라며 "반면 민주당은 무차별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검찰과 감사원의 기능을 무력화해서 수사 및 감사를 실질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의 위헌적 계엄 선포는 '미수'라면서 그 위헌성을 축소시키는 반면 입법부로서의 정당하고 적법한 권한을 행사한 국회의 탄핵과 예산 삭감이 마치 위헌 계엄에 맞먹는 잘못된 행위로 호도하는 것이다.

김 논설위원은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이런 행위는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 지난 연말 이후 나라 혼란은 인과관계 면에서도, 행위의 완결성 면에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역할을 합쳐 놔야 전체 그림이 맞춰진다"며 "두 사람이 연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뜻도 된다"고 했다.

이 역시 어불성설의 극치다. 행정부에 대한 탄핵 소추는 헌법 제 65조에 명시된 입법부의 권한이다. 이것이 국헌 문란이라면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국헌 문란을 조장한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윤석열과 이재명 대표 둘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언사는 위헌 계엄 선포 이전에나 가능한 양비론이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87년 체제 이후 가장 많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 줄탄핵에 나선 야당 대표라는 양비론의 구도를 무너뜨린 건 다름 아닌 위헌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다. 이를 무시한 채 다시금 양비론에 나서는 건 양비론이 아닌, 한 쪽을 옹호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조선>, 윤석열·이재명 중 누가 승자가 되나가 지금 그렇게 중요한가

한편 김 논설위원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헌재 심판은 두 사람을 제로섬 게임의 승자와 패자로 가를 것"이라며 탄핵 인용시에는 이재명 대표가, 탄핵 기각시에는 윤석열이 승자가 될 것이고 상대방은 패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심판은 두 사람의 승패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회 활동을 금하고 국민을 '처단'하는 걸 허용하는 독재국가로 전락하나 안 하나가 바로 이번 탄핵 심판에 달렸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론이라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이 민주주의의 붕괴부터 막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김 논설위원은 칼럼 말미에서 "A 학생이 B 학생을 못살게 괴롭혀서 B 학생이 A 학생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면 학교는 두 학생을 동시에 교무실로 불러 함께 처벌하거나 훈계 조치를 내릴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는다"라고 했다.

마치 민주당이 아무 이유 없이 행정부를 괴롭히기 위해 탄핵 소추를 한 것처럼 비유한 것도 얼토당토 않지만 폭력을 행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동일선상에 두는 비유는 지극히 위험하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저지른 폭력을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비유를 들먹이며 비호하는 행위에 대해 언론으로서 최소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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