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끌고 남태령 모인 농민들 "윤석열 파면,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박수림 2025. 3. 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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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봉준 투쟁단 '서울 재진격', 경찰은 저지... 시민 발길 계속 이어져

[박수림, 이정민 기자]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나라가 어렵고 힘듭니다. 이럴수록 빠르게 정부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무슨 농사, 무슨 농사 해도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돼야 국민들이 살 거 아닙니까!"
-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체감 온도 19도의 따스한 날 오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고개에 도착한 농민들은 오늘이 "농사하기 좋은 날"이라고 했다. 동시에 "윤석열 파면을 바라는 주권자들이 투쟁하기 또한 좋은 날"이라고 했다.

전국농민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이 참여하는 '전봉준 투쟁단'은 25일 오후 서울과 경기 과천 경계에 있는 남태령고개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위한 '서울 재진격'을 진행했다.

애초 전봉준 투쟁단은 이날 오후 3시 결의대회를 마치고 트랙터 행진을 벌이려 했으나 오후 6시 30분 현재 남태령고개에서 멈춘 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의 저지 때문이다. 전봉준 투쟁단은 행사 이틀 전인 지난 22일 서울특별시경찰청에 옥외집회(행진) 신고를 했으나 경찰과 법원은 이들이 집회 준비물로 제시한 트랙터의 사용을 불허했다.

해당 소식에 분노한 농민들은 행사 당일 예정보다 더 많은 트랙터 60여 대를 끌고 나타났다. 이 트랙터들은 현재 남태령고개에서 과천 방향으로 늘어서 있다. 경찰은 행진을 못 하도록 트랙터 사이사이 바리케이드(경찰 저지선)와 경찰차 등을 배치했다. 이에 더해 맞불 집회를 벌이는 극우 세력과 전봉준 투쟁단 사이에 경찰 버스를 배치해 양측을 분리했다.

농민 분노에 마음 보탠 시민들 "사회 구성원의 책임"
▲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먼 걸음을 했다. 제주에서 양파, 대파 등 채소 농사를 짓는다는 전농 소속 고봉희(58)씨는 "오전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엉망이고 내란이 터졌는데도 언제 대통령이 파면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라고 했다.
전남 화순에서 온 전여농 소속 구경남(70)·화옥기(76)씨도 손에 '쌀값 보장'이라는 리본이 달린 호미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트랙터 못 들어오게 하면 우리는 호미라도 들고 와야제", "농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들고 온 거여"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남태령 일대를 직접 찾아 "트랙터 시내 진입 절대 불가"를 밝힌 것을 두고 "오메, 미쳐블겄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그 발언은 오 시장이 잘못한 것"이라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농민들이 평화롭게 떠든다는데 그걸 막나"라고 비판했다.
▲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전봉준 투쟁단의 '서울 재진격' 소식에 반응한 건 농민만이 아니었다. SNS 등으로 소식을 들은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만난 휴학생 호두(활동명, 21)씨는 "지난 12월 21일에도 연대하기 위해 남태령을 찾았다. 광장에 나오며 사회 구성원의 책임을 배웠다"라면서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서 전봉준 투쟁단의 투쟁 소식을 듣고 또다시 남태령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던 대학생이었는데, 지난 12월부터 국가 폭력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분노해서 연대하러 나오게 됐다. 또 최근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일에도 분노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 김아무개(27)씨도 "농민이 (행진에) 당연히 트랙터를 보낼 수 있는 건데, (경찰이) 무슨 나라를 망칠 무기라도 되는 것마냥 막으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분명하게 한쪽(내란 세력)의 편만을 들어주는 것 같다. 전농 집회엔 제한 통고를 하고, 극우 집회는 전농보다 늦게 신청했는데도 집회를 받아주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우리를 남태령에 막아 세운 건 경찰"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오후 2시부터는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농민들은 "농민이 최고/농사가 최고/우리가 최고야"라는 노랫말에 율동을 얹어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트럭 위 간이 무대에 오른 하원오 전농 의장은 "3월 중순이 넘어가면 농가는 파종 준비 등으로 바쁘다"면서도 "그럼에도 오늘 농민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건 윤석열 탄핵을 농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 의장은 윤 대통령과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 겸 권한대행을 향해서는 "그간 농민들을 위한 법에 거부권을 너무 많이 행사했다"라면서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돼야 국민들이 살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또 현장을 막고 있는 경찰을 향해서는 "우리는 지난 12월 21일~22일에도 남태령에서 밤새워 투쟁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를 막아 세운 건 경찰"이라며 "오늘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트랙터를 끌고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정치인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문대림·윤준병·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민주당 의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은 "경찰은 농민들의 평화 행진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직권남용, 직무 유기, 불법 행동 등이 있으면 두고두고 국회의원들이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전봉준 투쟁단은 이날 오후 3시께 결의대회를 마치고 트랙터 행진을 벌이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6시 30분 현재까지 남태령고개에서 멈춘 채 릴레이 발언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경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벌이던 극우 세력과 전봉준 투쟁단 사이에 대형 경찰 버스를 배치해 두 집단을 완전히 분리했다.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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