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오르고 리튬 안정'…배터리의 '봄' 올까
[한국경제TV 성낙윤 기자]
<앵커>
한동안 잠잠하던 배터리업계가 SK온의 대형 수주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과 슈퍼사이클, 두 이슈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습인데, 산업부 성낙윤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성 기자, 우선 배터리의 핵심 광물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구요?
<기자>
배터리 회사는 수시로 니켈, 리튬 등 원소재를 매입해 배터리로 가공합니다.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시점에 소재의 가격이 더 올랐다면 판가 차익을 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핵심 광물가 상승은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대표 광물인 니켈을 먼저 볼까요.
니켈은 올 연초 톤(t)당 1만4,770달러였는데, 지난 12일 기준 1만6,460달러로 11% 올라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니켈 가격이 톤당 1만6,40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10월 이후 반년 만입니다.
지난 2023년부터 급락하던 리튬은 올해 들어 72위안 선에 거래되며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캐즘으로 인한 불황이 바닥을 다지고, 호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유입니다.
주요 배터리기업 수장들도 곧 전기차 캐즘이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그 발언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동명 /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저희는 1분기나 상반기 정도가 조심스럽게 보고있지만, '저점이 될 거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주선 / 삼성SDI 사장: 저희 SDI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실적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배터리업계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 소위 '슈퍼 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이 슈퍼 사이클, 실체가 있는 겁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실체가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배터리업계에는 '프라이스 패리티(Price Parit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직독하면 '가격 동등함'인데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이 배터리업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전기차 수요 정체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저가형 전기차가 대거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 프라이스 패리티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의 '아토3'는 3천만원대 초반, 기아 레이 EV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확대도 배터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웁니다.
자율주행차는 전력 소비량이 굉장히 많아서 내연기관차의 저용량 배터리로는 감당 불가하다는 평가입니다.
또 자율주행 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들이 대거 추가돼야 하는데,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절반 가까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테스트 중인 구글 웨이모(Waymo), 아마존 죽스(Zoox), 테슬라 로봇택시는 모두 전기차를 활용 중입니다.
종합해보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수요 이동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6년 이후 배터리 원가 절감과 신차 출시 확대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 국면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 배터리 기업들, 다가오는 슈퍼사이클에 대한 대비는 잘 하고 있나요?
<기자>
배터리 사업은 특성상 양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구 개발과 설비 투자, 데모 플랜트 가동, 본격 양산이라는 과정이 단시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겁니다.
앞으로 3~5년이 경쟁력 확보와 원가 혁신, 포트폴리오 구축에 있어 '골든 타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차곡차곡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조882억원으로 전년(1조374억원) 대비 4.8% 늘었고요.
삼성SDI는 1조2,976억원으로 전년(1조1,363억원) 대비 14.1% 증가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오히려 늘었습니다.
LG엔솔은 2023년 3.1%에서 지난해 4.2%로 증가했고요.
삼성SDI도 재작년 5.0%에서 지난해 7.8%로 확대됐습니다.
LG엔솔은 오늘(20일) 오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8년 2023년 대비 매출 두 배 성장,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 10%'라는 목표를 제시했고요.
삼성SDI 또한 어제 주총에서 "전고체와 46파이 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 투자를 진행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캐즘이라는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배터리업계가 다가올 '봄'을 위해 와신상담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최연경, CG 박관우
성낙윤 기자 nys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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