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72] 의대 대신 공대 간다는 청년에게 박수를
최우선 과제는 거주용 막사의 캔버스가 온전한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산소 발생기를 점검했다. 산소 발생기가 멈추고 수리할 길이 없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다음엔 대기 조절기를 확인했다. 역시 이상은 없었다. 난방장치, 주요 배터리들, 산소와 질소 저장 탱크들, 물 환원기, 에어 로크 세 개, 조명 시스템, 메인 컴퓨터. 점검해 나갈수록 각각의 시스템이 모두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점점 기분이 나아졌다.
- 앤디 위어 ‘마션’ 중에서
탐사 중 사고를 당한 마크는 화성에 혼자 남겨진다. 지구에서 구조대가 올 가능성은 낮고 생존 확률도 희박하다. 앤디 위어가 2011년에 발표한 ‘마션’은 화성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의 치열한 생존기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을 가진 작가답게, 소설은 과학적 지식과 사고를 통해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간다.
마크는 감자를 재배하고 물을 생성한다.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통신 기능을 복구하는 등 극한 상황을 차근차근 극복해 간다. 마침내 NASA와 팀 동료들의 구조 작전이 시작되고 그는 549일 만에 지구로 돌아가는 우주선에 오른다.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지원, 합격했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이 의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적성에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생존을 넘어 개인의 행복이자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많은 이가 세상이 추천하는 길, 다수와 똑같은 길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그러나 사람은 타고난 소질과 쌓아온 능력이 모두 다르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는 데 있다.
핵폭탄처럼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우려 목소리도 있지만, 그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정치가 문제일 뿐, 오히려 그 위험을 제어하는 힘도 과학의 손에 달려 있다.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에 헌신하는 젊은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의대 입학만이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되는 요즘, 유행과 미래의 안정에 영합하지 않고 개성과 재능을 믿으며 자기만의 길을 당당히 선택한 청년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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