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혼수, 소리 다 들었다"...뇌사 판정한다는 말에 움직인 男, 무슨 일?
한 남성이 10개월간 혼수 상태에 있던 가운데, 내부 의식을 유지한채 있었던 것이 밝혀져 주목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의료진이 그를 뇌사 상태로 오인하고 생명유지 장치 제거를 논의하는 걸 듣고 결국 미세한 움직임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영국 일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제이크는 2017년, 당시 27세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자 유명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로 활동하던 건강한 청년이었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균형감각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운전 중 핸들이 흔들리며, 목소리가 변하고 행동도 이상해졌다는 말을 듣게 됐다.
2주간 증상이 계속되자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를 받은 다음 날 아침 "희귀 뇌 질환인 ATPL이 발견됐으며,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해당 질환은 공식적인 병명으로 등록된 사례는 드물며, 극소수 환자에서만 보고된 비정형적 신경질환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그에게 1~2개월 차엔 걷거나 앉기도 힘들어지고, 3~4개월엔 말하고 삼키는 기능까지 잃게 되며, 5개월엔 혼수 상태에 빠져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예측은 현실이 돼 제이크는 결국 말도, 눈도 움직일 수 없는 완전한 감금 상태,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됐다.
"나는 뇌사자가 아니었다"...의식 또렷해 의료진의 말 다 들을 수 있었다
제이크에 따르면 당시 혼수 상태에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의료진은 그제이크의 상태를 뇌사로 간주했고, 그의 앞에서 농담을 나누거나, 대화를 나누며 무시했다. 어느 날 간호사 한 명이 "걱정 마, 뇌사니까 아무것도 못 들어"라고 말하자, 제이크는 자신이 죽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공포 속에서도 머릿속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세계 수도를 외우고, 과거 기억을 되짚으며 의식을 유지하려 애썼다. 시간이 지나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편이 곧 사망할 것 같으니 생명유지 장치 중단을 논의하자"는 말이 들려왔다. 그는 속으로 "아니야,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다.
"움직였다"는 단 한 번의 기회...4년간의 회복, 그리고 새로운 삶
크리스마스를 넘긴 제이크는 상태가 호전되지도, 사망하지도 않는 미지의 상황으로 분류돼 다른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러던 중 한 의사가 그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고 "혹시 들리면 다시 움직여보라"고 말했다.
제이크는 전신에 힘을 주며 간신히 움직였고, 그제서야 의료진은 "뇌에 의식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혀를 내밀면 '예', 눈을 깜빡이면 '아니오'로 의사소통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철판 문자판을 통해 10분에 걸쳐 완성한 문장은 바로 "I can hear you(말 다 들려요)"였다.
이후 제이크는 보스턴의 24시간 전문 치료시설로 옮겨졌고, 물리치료를 통해 지팡이를 짚고 걷는 훈련을 받고 있다. 2022년에는 접근성 정보 제공 스타트업 'Ahoi'를 창업,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의료진은 아직도 어떻게 그가 감금 상태에서 회복할 수 있었는지 명확한 의학적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는 "연구에 따르면 혼수 상태 환자의 약 30%는 사실 감금 상태에 있으며, 나처럼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의식"… 혼수 상태 환자 30%, 사실은 '깨어 있다'는 연구 결과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사람, 눈을 뜨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며, 어떤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 이런 사람을 '혼수 상태' 또는 '식물인간'이라 부른다. 하지만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은 이 같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겉으로는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에서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이를 '잠재적 의식(Covert Consciousness)' 또는 '인지적 운동 반응(Cognitive Motor Dissociation, CMD)'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과 연구기관들은 이미 수차례 이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2006년, 케임브리지대 오웬 박사팀은 식물인간 상태의 여성 환자에게 테니스를 상상하라고 지시했고, 환자의 운동 피질이 활성화되며 뇌가 명령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이 확인됐다. 2017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 역시 fMRI와 EEG 검사로 반응이 없는 환자의 15~30%에서 의식 활동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혼수 상태 평가법이 실제 의식을 놓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체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뇌사로 판단하고 생명유지장치를 중단하는 결정은 환자의 인지 여부를 완전히 배제한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다.
10개월간 감금 증후군에 있었던 미국의 제이크 헨델 사례처럼, 몸은 움직이지 못해도 의식은 온전히 살아 있는 경우가 실제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뇌영상과 생체신호 분석 등을 활용한 보다 정밀한 의식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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