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1채' 안 풀면 강남급등 못 막아…토허제는 임시방편"
"규제, 번복 신중했어야…대기수요 더 쌓일 듯" 전망
"스트레스DSR 등 다른 수단 있었는데 성급했다" 지적도
정부와 서울시가 해제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한 달여 만에 번복하고 규제 지역을 확대하자 '섣부른 정책 번복'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완화 및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이뤄진 앞선 토허제 해제 시점도 문제였지만, 부작용 탓에 해제 공감대가 형성된 토허제를 다시, 확대 적용하면서 정부의 집값 안정화 역량과 정책 신뢰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토허제 해제 직후 확인된 것처럼 강남 진입 수요가 탄탄한 만큼, 결국 '똘똘한 한 채'를 푸는 게 해법임에도, 임시방편식 거래 막기로 한동안 대기수요만 또 쌓아두는 형국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기수요는 규제를 다시 해제할 시점에 다시 폭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열고,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 아파트를 이달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 등 강남 3구 일부는 한 달 만에 규제지역으로 재지정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 서초구와 용산구 아파트로 규제가 확대되는 것이라 시장엔 일단 큰 파장을 일으킨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제 투기세력은 확실하게 꺾일 것"이라며 "그동안 전세 끼고 매매하려고 누적된 대기수요가 (토허제 해제 뒤) 와장창 일어났고, 외지인 수요가 유효했는데, 아무래도 9월까진 열기가 식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렇게 묶어버리면 또 대기수요가 누적됐다가 풀면 폭발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토허제는 임시방편"이라며 "지금은 전부 똘똘한 한 채로 몰리니까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취득세 중과 등 규제 부작용 해소가 근본적 해법이라는 취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13억 6270만 원으로, 1월 12억 7044만 원에서 껑충 뛰었다. 거래량도 3370건에서 5506건으로 반등했으나, 과거 패턴과 비교하면 거래량 증가 폭 대비 가격 상승 폭이 크다.
지난달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이 가파르게 소진됐지만, 토허제 해제로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도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많이 되기보단 일부 상승거래가 이뤄진 탓이다.
실제 국토부와 서울시가 분석한 최근 주택시장 동향에서도 지난해 15주간 이뤄진 주간 상승률(0.00%→0.20%)을 최근 7주 만에 도달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 3구 중심으로 확대되던 상승 폭이 2월 말부터 서울 대부분 자치구로 확산, 과열 조짐으로 파악했다는 게 국토부와 서울시 분석이다.
박상우 장관은 "최근 시장 상승세는 그간 둔화됐던 주택 수요가 거시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 등으로 다시금 확대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집값이 상승할 때 투기 수요가 추가적으로 유입될 경우 주택시장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돼 국가 경제와 국민 주거안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박 장관도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상승세 배경엔 토허제 해제(2월 12일) 외에도, 경기 둔화 국면 진입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완화(2월 25일), 연초 은행권의 주담대 완화 등이 맞물린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규제를 한 달 만에 번복하는 방법 외에, 다른 정책 수단이 있었다는 의미다.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애초 토허제를 해제할 때부터 매물 증가(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증가)나 가격 상승은 예상이 됐고, 지난 3년간 인허가·착공 감소로 인한 공급 축소 우려로 올해 하반기쯤 주택가격 상승이 있을 것도 이미 나온 전망"이라며 "최근 토허제 해제에다 금리가 내려가는 복합적 요인으로 상승 시점이 앞당겨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앞당겨진 상승세가 서울 전역 또는 전국적인 가격 상승 확산의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보면서 대출규제를 조금 더 먼저 시행한다든가, 선별적으로 시행하든가 하는 방법도 있었다"면서 "자꾸 거래를 막으면서 점점 더 강남 주택 자체가 희소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발표하던 지난달 12일 무렵 이미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내려가고 있었다. 지난 1월 집계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보다 0.13%p 내린 3.22%로,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보도되던 시점이다.
결국 토허제를 해제하면 거래량이 폭증하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무려 5년 만의 규제 해제를 아무런 대비책 없이 꺼내 들었고, 이를 한 달여 만에 번복하며 정책 신뢰까지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단기에 번복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재지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책 신뢰가 훼손된 만큼, 이번 확대·재지정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9월까지 재지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지금 당장 거래를 억제하더라도 영원히 거래를 억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시장에는 이번에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가격이 변동되는 것을 보며 다음 해제 때도 그럴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기대만 한껏 높여 놨다는 의미다. 실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사야할 곳을 콕 찝어줬다. 토허제 묶여도 정답은 강남 3구와 용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가격 급등을 일시적으로 멈춰 세울 순 있어도, 오른 가격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분양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2026년 서울 준공물량 감소, 봄 이사철 전·월세(임대차) 가격상승 등이 이어진다면 강남권 등의 매매가 하향 조정 수준까지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 "연내 전년 대비 4만 가구 입주량이 감소하는 경기권 외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집중되며 월세화와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임대료 상승이 매매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한편 함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 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우 장관도 이와 관련해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욱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추가 확산될 경우,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보다는 조정대상지역이, 조정대상지역보다는 투기과열지구가 더 까다로운 규제다. 결국 전임 정부에서 시행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부활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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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sa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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