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완전무인택시, 긴급구조 '골든타임' 방해 주범 낙인
완전무인택시 측 “사고와 무관하다” 항변
24시간 운행 허가된 후, 사고 접수 늘어
[아로마스픽(58)]9.4~8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크루즈가 길을 막고 있어서 진입과 이송이 어려웠다.”(미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동영상 확인 결과, 방해한 사실이 없다.”(미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
민감하게 대립했다. 환자 사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골든타임’ 확보 문제였던 만큼, 더 첨예한 듯했다. 현지에선 이미 최대 이슈로 떠오른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 상용화에 따른 후폭풍처럼 비쳤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빚어진 교통사고 피해자 이송 도중, 2대의 크루즈 택시가 구급차를 방해했단 논란으로 충돌한 양측 입장이다. 이 사고는 지난 4일 공개된 미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보고서에 의해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고 당시 영상까지 공개한 크루즈 측은 별도 성명을 통해 "희생자가 구급차에 실리자마자 구급차는 즉시 현장을 떠났고 크루즈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구급차는 피해자를 태운 지 약 90초 만에 멈춰 선 크루즈 차량을 지나갔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에선 “1초가 중요한 마당에 (처음부터) 구급대원들이 (로보택시 때문에) 환자에게 접근하는 게 어렵다는 것부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어떤 형태로든, 로보택시가 교통사고 피해자를 후송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장애물로 자리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병원 도착 이후, 20여 분 만에 사망했다.
‘세계 최초의 연중무휴 로보택시 도시’로 전해진 샌프란시스코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택시호출서비스 이용 시, 차별을 받아왔던 장애인 등에게 유용할 것이란 측면에 더해 기존 택시업계와 건전한 경쟁으로부터 파생될 일반 소비자들의 편익 증진까지 기대된다며 상용화됐던 로보택시가 심각한 부작용을 잇따라 야기하면서다. 2022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야간 로보택시를 운영해왔던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는 지난달 10일부터 관계 당국의 24시간 운행 허가도 획득했다. 크루즈는 밤엔 300대를, 낮엔 100대를 각각 운영 중인 가운데 웨이모는 250대를 운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로보택시가 본격적인 시범 운행에 들어간 시점은 지난해 4월이다.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로보택시 때문에 소방차와 구급차 운행이 방해됐다며 접수된 사례만 73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로보택시와 연관된 사건 사고의 가파른 증가세다. 로보택시가 소방차와 구급차 운행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지적된 올해 사례만 70건에 달했다. 특히 로보택시의 24시간 운행이 전면 허가된 지난달 9일 이후, 약 20일 동안 신고된 경우만 13건이다. 경찰에 접수된 로보택시의 일반 교통 방해 사례 등이 더해지면 사례는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와 직결된 사례들이 속속 접수되고 있단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후 10시께엔 시내 텐더로인 지역의 한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로보택시 크루즈가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당시 때마침 사고 신고받고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다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크루즈는 소방차에 오른쪽 모서리 부분과 충돌한 이후에서야 멈춰 섰다.
로보택시는 사회적인 탈선도 불러오고 있다. 로보택시가 이동식 러브호텔로 변질된 경우까지 포착되면서다. 지난달 15일 현지 매체인 미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엔 “로보택시에서만 3번의 성관계를 가졌다”며 “(이 부분에선) 내가 선구자인 것 같다”는 웃지 못할 인터뷰까지 실렸다. 이날 스탠더드 보도엔 이와 유사한 4명의 로보택시 탑승자들의 체험기가 함께 소개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지에선 로보택시 운행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와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로보택시에 반대하는 한 단체는 지난 몇 개월간 ‘고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로보택시 보닛 위에 교통 통제용 오렌지색 원뿔형 기구인 고깔을 올려두는 활동을 이어가면서다. 로보택시 보닛 위에 고깔이 올려질 경우, 해당 차량의 운행이 멈춰서는 현상을 이용한 형태다.
“누군가가 와서 고깔을 치울 때까지 로보택시는 멈춰서 있는데, 어떤 원리에 의해 고깔이 로보택시 운행을 무력화시키는지에 대해선 크루즈 외 웨이모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NPR 측에선 전했다.
로보택시 상용화에 따른 역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부정적인 여론 또한 비등해지고 있다.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과 경찰에선 로보택시에 대해 “긴급 차량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조만간 로보택시 운행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일 보크트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는 7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로보택시에 대한 불안감은 로봇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로보택시가) 수백만 마일을 운행하고 수십만 명이 탔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다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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