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적 성장에도... 비상계엄 등 추락 위기 겪은 한국 외교

문재연 2025. 8. 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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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여 년 만에 국제무대에서 한국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스스로 국격을 무너뜨리는 외교 참사에 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제 규모나 외교적 위상이 이전과 달라진만큼 정치인과 국민의 대외 행보에도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계엄 당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70년간 쌓아올렸던 대한민국의 외교 성과가 한 번에 무너진다"고 했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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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K도약 리포트]
<7> 외교: 외면 받던 과거 딛고 K외교로
광복 후 비약적 성장 이룬 한국 외교
비상계엄, 한국 위상 단번에 무너뜨려
개도국 상대로는 여전히 '훈계식' 외교
좌우 막론한 외신ㆍ언론 압박도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진입을 준비하는 군인들의 모습. 고영권 기자

불과 100여 년 만에 국제무대에서 한국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스스로 국격을 무너뜨리는 외교 참사에 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제 규모나 외교적 위상이 이전과 달라진만큼 정치인과 국민의 대외 행보에도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떨어뜨린 대표적 사례다.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계엄 당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70년간 쌓아올렸던 대한민국의 외교 성과가 한 번에 무너진다"고 했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로 인해 방한이 예정돼 있던 미국, 일본,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의 정상 또는 고위급의 방문이 갑자기 줄줄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은 한시적으로 여행주의 국가로 지정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계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3조1,066억 원의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고, 환율은 1달러당 1,486.7원까지 치솟았다.

2023년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사례도 있다. 당시 한국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아프리카 대륙과 태평양 도서권 국가들)'에 한 표라도 더 지지해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실은 서아프리카권 국가의 고위급 회동 일정이 늦게 확정됐다는 이유로 면담을 일방 취소하는 등 외교 결례를 반복했다고 한다. 면담이 성사된 일부 회동의 경우 대통령실 인사가 "대한민국은 부패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뤘다"며 훈계성 발언을 장황하게 늘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쓴 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해 재판까지 받았던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연합뉴스

외신을 겨냥한 압박도 국격을 스스로 무너뜨린 대표 사례다. 지난해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현지 언론에 직접 항의하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3년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에는 현지 매체가 '김 여사를 둘러싼 7가지 스캔들'이란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에 주인니 한국대사관은 해당 언론사에 수차례 연락해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해당 기사는 수정됐으나,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당시 본보에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아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외신 기사에 달린 제목을 두고 탐탁지 않게 여긴 강성 지지층이 한국 특파원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쏟아낸 일도 벌어졌다. 당시 청와대의 한 인사는 특파원을 비판한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까지 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이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 백악관은 비공개로 청와대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후진적 외교 실태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전 정부의 과오를 지적하며 "불가피하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라며 부처 내부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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