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시도에 45명 뛰쳐나왔던 국힘, 尹-김건희 구속되자 침묵…이유는?
국민의힘, 공식 논평 안 낼 듯…송언석·유상범 “별도로 드릴 말씀 없어”
“공수처장·영장 판사 탄핵” 외쳤던 친윤계는 “국민께 사죄” 고개 숙여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인간 사냥."(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부딪혀야 될 것 같다."(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지난 1월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45명의 의원은 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 이른바 '인간 방패'를 자처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국민의힘 분위기는 천양지차(하늘과 땅 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고 있다.

13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당 차원의 별도 논평을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있을 경우 각 정당은 대변인 등의 명의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김 여사 구속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영장 발부는 사필귀정이자 국가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야만 한다"며 "누구도 권력을 통한 비위와 부패를 다시 꿈꿀 수 없도록 김건희씨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날 오후 4시까지 낸 논평은 한·미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와 북한 인권보고서 미발간에 대한 비판이 전부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김 여사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며 "특검 수사가 법과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온몸으로 막아섰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당 지도부는 체포영장이 집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전체 의원(108명)의 약 40%인 45명은 윤 전 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달려가 도시락을 먹으며 자리는 지키는 등 '총력 방어'에 나섰다.
당시 김기현 의원은 "저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천 무효 영장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했다"며 "불법적 수사 조치,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조항을 위반한 영장은 당연 무효로서 이를 저지할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내란죄라고 해서 탄핵 한다고 온 나라를 들쑤셔대던 민주당 세력이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빼겠다는 사기 탄핵 본질을 드러냈다"며 "탄핵은 원천 무효다. 반드시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저와 함께하는 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구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위기 때마다 앞장서 방패막이 됐던 이들이 입을 닫으면서 '엄호전'은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과 지지율 정체로 인해 정치적 명분과 동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젠 당 사람도 아닌데 굳이 한마디 보탤 필요가 없다"며 "당내 혼란 수습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공수처장과 영장전담 판사의 탄핵을 외쳤던 윤상현 의원조차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비극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건희 특검' 압수수색엔 즉각 '동원령' 내려
김건희 여사 구속에 침묵했던 국민의힘은 그러나 '김건희 특검'이 당을 향해 수사망을 뻗치는 데 대해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김 여사를 구속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통일교 교인들이 국민의힘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의혹과 권성동 의원 등이 연루된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회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기획조정국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기획조정국은 당 지도부 직무를 보좌하고 당무 전반을 총괄하는 일종의 전략실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원과 보좌진 등에게 동원령을 내렸다. 원내행정국은 이날 특검이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특검 수사의 부당성 확인을 위해 국회 경내 등 이동이 가능한 의원께서는 중앙당사 3층으로 집결해달라"고 공지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취지의 공지를 내렸다.
송언석 위원장은 이날 대전 배재대 스포렉스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당 대표·및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앞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송 위원장은 "이재명 정권은 결코 폭력적으로 야당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며 "이곳 합동연설회장에 당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당의 심장이라 할 중앙당사를 압수수색 했다는 것은 유례가 없고 천인공노할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야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일명 '용팔이 사건' 같은 깡패짓을 자행한 것"이라며 "특검이 제1 야당을 말살하려는 집권 여당의 큰 계획의 일환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우리도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투쟁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늦게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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