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버스노선 5412번은 왜 공중분해되었는가?
[[오마이뉴스 이준혁 기자]2008년 7월 28일 저녁. 서울대학교 정문 버스정류장에서 5412번 시내버스노선을 기다리던 김 아무개씨(서울대학교 재학생, 02학번)는 정류장에서 한 안내문을 보게 된다. 8월 2일부터 기존 5412번 버스노선(시흥2동벽산A~신림동~서울대정문~봉천사거리~사당역~이수교차로~고속터미널~서초동~강남역교보타워)이 폐선된 후 643번(양천공영차고지~개봉역~난곡사거리~봉천사거리~사당역~이수교차로~고속터미널~서초동~강남역교보타워), 5520번(시흥2동벽산A~신림동~서울대정문~봉천사거리), 8541번(기존 5412번, 평일새벽시각 3회 운행)의 세 노선으로 분할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꽤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서울대에 입학한 2002년 이전부터도 운행되던 전통의289-1번 버스노선(구 5412번 전신 버스노선)부터, 2004년 7월의 서울특별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에 노선번호만 변경된 5412번 버스노선에 이르기까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만원버스 아닌 때를 본 적이 없는 인기노선'의 갑작스런 폐선소식이 믿겨지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8월 2일 마침내 5412번 버스노선은 사진속으로만 볼 수 있는 '과거 버스노선'이 되었다. 대신, 매우 급히 만든 듯한 '녹색도색 간선버스' 643번 버스노선과, 5412번 버스노선 시절에 존재하던 차량 중 낡은 차량만 모아놓은 것 같은 5520번 버스노선이 보였다. 시흥2동·신림6동·신림9동 주민들 및 서울대학교 학생 등은 이제, 강남역과 강남고속터미널까지 버스로 단 한 번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표적 승객과밀 버스노선으로, 오래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5412번 버스노선이, 왜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일까? 본 기사에서 5412번 버스노선의 폐선 원인을 살펴보도록 하자.
(주 : 이하 본문에서는 '버스노선'이라는 단어를 빼고 번호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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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2번, 탑승인원기준 '서울 버스노선 상위 5%노선'
5412번은 정말로 인기가 있던 버스노선일까? 흔히, 자기가 사는 동네가 대중교통이 가장 불편하고, 자신이 이용하는 버스노선의 운행이 가장 불량하고 차량 현황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제는 사라진 옛 5412번을 살펴보자.
서울 교통카드인 T-money를 운영하는 한국스마트카드(주)에서는 버스노선별 이용객 수 현황을 주간 단위로 집계해 발표한다. 폐선 직전인 지난 7월 21일부터 7월 27일 사이 한 주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5412번의 이용객 수는 일 평균 26,005명. 서울특별시 면허로 운영중인 시내버스(광역, 간선, 지선, 순환, 맞춤) 중 21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서울특별시 내에 다니는 버스노선이 총 417개이니 '상위 5%'에 해당하는 인기 노선인 것이다.
이는 다른 주의 자료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순위는 주별로 변화하긴 하지만 25위 밑으로 내려갈 일이 없을 정도로 이용객 수는 많다. 지선버스 중에는 4212번(전체 10위 전후) 및 5531번(전체 15위 전후) 다음의 '부동의 3위'를 형성하고 있는 버스노선인 것이다.
5412번이 289-1번 시절부터 인기있던 이유는, 시흥2동·신림6동·신림9동 지역주민 및 서울대학교 학생, 고시촌 고시생 등이 봉천사거리(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사당역, 강남고속터미널 등으로 가는 데 이용되던 유일한 버스노선이었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1일의 서울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5517번, 5528번 등이 5412번의 보완 역할을 했으나, 전 구간을 한 번에 잇는 노선은 5412번 뿐이었다. 당연히 인기있을 수 밖에 없는 노선이었다.
출근 시각대에는 시흥2동 벽산아파트 정류장(기점)부터 입석이 생길 정도로 인기있던 노선, 서울대정문 이전 승객들이 서울대입구역·사당역 등에 모두 내려도 사당역에서 다시 새 손님으로 입석상태가 되던 노선, 그런 노선의 폐선에 의문을 갖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폐선원인 1 - 모두가 좋아하는 버스노선신설, 모두가 싫어하는 가스충전시설
2004년 7월 1일의 서울특별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서울특별시는, 서울특별시 면허로 운행되는 노선버스의 차량으로서 대차연한(주 : 운수자동차사업법상 법정대차연한은 10년) 초과 등으로 인해 새 차량을 출고할 때에는, 경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의 출고를 금지하고 CNG(천연가스버스)를 연료로 쓰는 차량을 출고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중이다.
이는, 환경오염이 심한 노후 경유버스차량을 없애고 경유버스차량보다 환경오염이 극히 미미한 CNG차량을 투입해 서울 내 환경오염을 줄이고 향후 국제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환경단체를 비롯 다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매스컴 등에 의해 엄청난 호평을 받는다. 시민들도 환영했다. 과거보다 맑아진 서울하늘이 눈에 선했고, 객관적인 수치로도 해가 가면 갈 수록 미세먼지농도(PM10)가 줄어, 올 상반기의 경우 ㎥당 55㎍을 기록(주 : 서울 대기상태 관측이 이뤄진 1995년 이래 최저수치)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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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가 가면 갈 수록 버스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주유소를 가도 급유가 가능한 경유와 달리 CNG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은 서울 내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택시 등이 충전하는 LPG(액화천연가스)를 충전할 수는 없었다. 이는 마치 220V 전압을 사용하는 세탁기에 고압전선을 연결하는 꼴과 같았다.
CNG 충전시설이 건설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건설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었다. '혐오시설 인근 진입으로 인한 집값하락 방지'라는 '지상 최대의 명제'(?)가 실질적 목표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청주('08년 7월 12일) 및 전주('05년 8월 19일)에 발생한 'CNG 버스차량 폭발'로 인한 위험 우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CNG 충전시설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잇따랐고, 충전시설은 점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가거나 공사가 중단되었다.
타 시·도 상황은 그나마 낫다. 서울처럼 'CNG 버스차량 의무출고' 조항은 없기에 업체 여건에 맞춰 경유차량을 출고할 수 있기 때문(주 : 하지만 절대다수의 비서울 버스업체는 경유형 버스차량만 출고)이다. 그렇기에 CNG 버스차량의 운영이 어려우면 경유 버스차량을 출고한다. (주 : 물론 이는, 'CNG 버스차량 비운용', 'CNG 충전시설 수요 저하', 'CNG 충전시설 축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의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차고지가 여럿인 서울 버스업체는 그나마 고민이 덜하다. CNG 충전시설이 있는(혹은 가까운) 차고지의 버스노선에 신형 차량을 투입 후, 대차연령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구형 경유차량은 CNG 충전시설이 없는(혹은 먼) 차고지의 버스노선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카드빚 돌려막기' 식의 '경유버스 돌려막기'인 것이다. 서울에 있는 이러한 사례의 업체는 모두 이 과정을 거치며 버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도 오래 못 간다. 법정대차연한이 '10년'이기 때문이다. 단지 '운 좋은 유예기간 존재'였을 뿐이다.
5412번을 운영하던 관악교통이 위치한 관악구에는 CNG 충전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인근 충전시설이라고 해도 남태령(우신운수차고지), 양천공영차고지, 광명공영차고지 등으로 차로 편도 20분이 걸린다. 2005년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관악교통은 신림동차고지에서 화곡동차고지로 이전(주 : 다음 단락에 서술) 하는데, 그 곳도 CNG 충전시설은 꽤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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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교통 또한 타 업체가 시도한 방법을 모두 썼다. 노선을 가리지 않고 법정대차연한이 된 관악교통 버스노선을 대차하게 될 때에, 새로 출고한 차량은 CNG 충전시설이 있는 양천공영차고지 인근을 회차점으로 삼는 5614번에만 투입하고, 5412번을 비롯 타 노선에는 5614번에서 쓰던 구형 차량을 투입하는 방식은 기본이다. 급기야, 5614번의 주 차고지를 회차점 인근의 양천공영차고지로 바꾸며, 노선도 일부 변경한다. (주 : 이로서, 관악·동작 방향 막차는 1시간 빨라졌고, 양천·구로 방향 막차는 1시간 늦춰졌다)
'관악교통의 돌려막기와 버티기'는 대중교통전문가 및 대중교통동호인들이 보아도 '눈물겨울 정도'였다. 2004년 7월 이래 그렇게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텼다. 주 영업지역(신림동)에서 CNG 충전시설이 1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면서도 정말 용하게(?) 버틴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최후 수단으로 단행한 것이 지난 8월 2일의 5412번 폐선 및 노선분할이다.
폐선원인 2 - 모두가 좋아하는 버스노선경유, 모두가 싫어하는 버스노선주차
버스노선이 자신들의 집, 가게, 주 활동범위 인근을 지나도록 설정된 데에 반대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버스노선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쓴다. 경기도의 2기 신도시 중 한 곳의 경우, 서울 곳곳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의 추가 유치 및 기존 버스노선의 증차를 위해, 주민들이 인터넷상으로 연합하여 일시와 대상(사이트, 전화) 등을 정하고 홍보하여, 지역 내의 버스업체와 지자체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집단 '민원 폭탄' 투척(?)을 시도한 사례도 존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이 '버스노선'이 아니라 '버스차고지'로 대상이 바뀌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버스차고지의 진입을 막으려고 안간 힘을 쓴다. 사이버민원 및 관공서앞 시위는 기본사항이다. 운수업체에 대한 불매운동,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장에 대한 근거없는 루머확산 등까지도 이어진다. 시위의 성격 또한 과격해진다. 경기도의 한 시에서는 공영차고지의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 과정에서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참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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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2번의 운영업체인 관악교통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거 94번(현 5614번) 및 289-1번(폐선 전 5412번) 등의 차고지로서 오랫동안 사용되던 관악교통의 신림2동 차고지는 '자가'가 아닌 '임차'로, 고시 열풍과 함께 신림동고시촌의 확대로 유동인구가 늘자, 2005년에 지주가 건물건설을 위해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관악교통과의 임차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일이 생긴다. 결국 관악교통은 '역사와 전통의' 신림2동차고지에서 쫓겨나게 된다.
관악교통은 '업체명대로' 최대한 관악구에서 더 버텨보고자 관내의 차고지 부지를 알아보지만 '당연히'(?) 실패하고야 만다. 그 후 시흥동 벽산타운 건설 후 연장된 시흥2동 일대에서도 차고지 부지를 찾았다. 경인교육대학교 경기캠퍼스로 연장을 조건으로 학교 인근에서도 차고지 부지를 물색했다. 배차간격이 불량해질 것을 각오하고, 안양 석수동 지역마저도 고려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매우 극심했다. 결국, 관악교통이 선택한 곳은, 엉뚱하게도 서울특별시 소유 공영주차장이 있는 강서구 화곡2동이었다.
그 후 1년이 지난 2006년에 양천구 신정3동에 양천공영차고지가 완공된다. 화곡동을 비롯 곳곳을 떠돌던 관악교통 차량은 모두 이 곳으로 들어왔고, 회차점이 공교롭게도 양천공영차고지 인근인 5614번은 얼마 후 (전 단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선을 양천공영차고지로 변경한다. 회차점과 차고지가 정반대로 바뀌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자연스레 회차점과 차고지의 막차 운행시간도 맞바뀐다. 차고지 유무에 따른 얄궂은 운명의 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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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교통은 5412번 등의 버스에 대해 매일매일 왕복 25km에 달하는 공차회송을 계속했다. 그 날 운행의 시작 전에 양천공영차고지에서 시흥2동으로 차량을 이동 후, 그 날 운행의 종료 후에 시흥2동에서 양천공영차고지로 차량을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서울시에서 연료비 및 추가수당을 관악교통 측에 보조한다지만 모든 것이 낭비였다. 서울특별시도 이를 인지하고 꾸준히 대책을 세워보았지만 도저히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첩첩산중이었다.
회차점 인근 일부 극렬주민들의 반대도 한몫 했다. 5412번의 노선 연장(주 : 과거 미림여고 앞이 회차점이었음) 후 회차점에서 노상정차, 식사, 휴식 등이 이뤄지자 시에 민원이 계속됐다. 폐선 후 찾아간 회차점 지역에서 접한 한 지역주민(익명 요구)은 '버스가 약 10대 넘게 정차되기도 했는데, 장기정차에 민감하던 일부 사람들이 버스를 발로 차거나 심지어 유리창을 깨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버스노선의 존재는 좋지만 버스주정차는 꺼리는 한국인의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인 것이다.
최후의 선택, 5412번 폐선
서울특별시 도시교통본부 노선계획팀에서 5·6권역 버스노선을 담당하는 김치훈 공무원은 이번 5412번 폐선에 대해 '정말 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써 봤다' 라고 답했다. 5412번의 폐선을 막고 노선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하여, 일반 주민들을 만나고, 지주를 만나고, 그린벨트 내에 차고지 건설을 시도해보기도 하는 등 무려 1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5412번의 주 구간 중 하나인 '시흥2동벽산A~신림동(미림여고, 신림동고시촌, 서울대정문)~봉천사거리' 구간을 버릴 수도 없었다. '시흥2동벽산A~미림여고~신림동고시촌' 구간은 152번 및 5517번이 함께 운행했지만 신림동고시촌 이후로 방향이 전혀 달랐고, '신림동고시촌~서울대정문~봉천사거리' 구간은 5528번이 함께 운행하지만 5528번만으로는 '운행안전에 위협이 생길 정도로' 만차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5412번(총 40대)은, 양천공영차고지를 출발해 봉천사거리(서울대입구역)까지 간 후 그 뒤로 옛 5412번 노선의 '사당역~이수교~고속터미널~서초동~강남역' 구간을 운행하는 643번(총 23대), 옛 5412번의 '시흥2동벽산A~신림동~서울대정문~봉천사거리' 구간을 운행하는 5520번(관악교통 14대, 풍양운수 3대), 옛 5412번 노선 그대로 평일 새벽에 3회 운행하는 맞춤버스 8541번(총 3대)으로 분할되며 폐선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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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와 관악교통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비록 분할되긴 했지만 '시흥2동벽산A~봉천사거라' 구간과 '봉천사거리~강남역' 구간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인 것이다. 이로써, 전 차량은 아닐 지라도 23대(643번)의 차량이 공차회송을 통한 낭비와 불편에서 벗어났고, 26대(8541번 3대 포함)의 기사들도 노상에서 식사·휴식하던 과거와 달리 더욱 양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CNG 버스차량 교체도 더욱 수월해지게 됐다.
물론 5412번 폐선에 따른 과정에는 반론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반론은 '꼭 CNG 차량만 출고하도록 한 서울특별시 지침이 과연 현실에 맞는 지침인가' 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현재 서울특별시 내에 CNG 충전소가 미비된 상황'이라는 데에서 시작된다. 비록, 속속 공영차고지가 건설되고 있고 일부 운수업체의 자체차고지에 CNG충전시설이 건설중이지만, 어디서나 급유가 가능한 경유와는 연료공급의 조건이 판이한 상황에서, 현재의 정책은 지나치게 앞서나간 지침이라는 것이 해당 반론의 핵심이다.
그 외에도 일부에서는, '어차피 CNG 버스차량 도입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경기도 업체에서 출고한 경유버스가 서울에 경유매연 뿜어내는 상황에서 서울시 버스만 너무 고운 척 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있고, '왕복 25km가 무슨 대수냐. 다수의 시민들이 잘 타고 다니던 버스를 함부로 없애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계속 운행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어떤 의견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실은 폐선이었다.
새로 생긴 643번, 양천공영차고지로 인한 신정3동의 대중교통이용환경 변화
5412번의 폐선 및 분할로 인해, 신정3동·개봉동·구로1동 주민들은 졸지에 신림역으로 20분 이내에 닿는, 급행 수준의 노선을 하나 더 맞게 되었다. 기존에도 남부순환로를 관통하던 651번이 있었지만, '5~12분'이라는 무난한 배차간격이지만 평일은 물론 일요일 아침 시각에도 입석 승객을 보며 버스를 타야 했기에, 643번 신설은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다.
보름이 지난 현재 643번의 신설구간인 '양천공영차고지~개봉역~난곡사거리~봉천사거리' 구간은 매우 순항중이다. 아직 홍보기간인 신설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요일 아침에도 난곡사거리부터 좌석을 채우는 현 상황은, 분명 긍정적이다. 이제는, 과거의 5412번으로 되돌리고 싶어도, 새 구간 주민들 민원때문에라도 되돌리기 힘들 수준에 온 것이다.
2006년의 양천공영차고지 개장 이후, 신정3동 서부지역은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많은 것이 변했다. 기존에 운행되던 버스노선은 단 10개[651번, 652번, 5012번, 5614번, 6514번, 6614번, 6623번, 양천3번(마을버스), 구로1번(마을버스), 700번(경기 직행좌석버스)] 뿐이었다. 그나마도, 2004년 7월 1일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전에는, 6개(94번, 303번, 388번, 460번, 양천03번, 구로01번)의 노선만 있었다. 전형적인 시계(市界)지역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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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8월 현재 이 일대에서 운행되는 노선 수는, 총 19개[602번, 643번, 6613번, 6620번, 6627번, 6640번, 6657번, 6714번, 6716번 추가]로 크게 증가했다. 양천공영차고지가 생기며, 많은 노선들이 양천공영차고지와 연계해 노선을 바꾼 것이다. 643번은 현재까지의 가장 마지막 노선 변경 사례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은 언제 깨질지 모른다)
타 지역에서 꾸준히 버스공영차고지 운영과 관련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할 정도로 모범적 공영차고지 건립·운영 사례인 양천공영차고지. 처음에는 양천공영차고지 역시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이 전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관의 꾸준한 설득과 지역주민의 전향적 변화를 통해 현재는 '대중교통 사각지역'에서 '대중교통 중심지역' 중 하나로 급격히 변화한다.
누구나 자기 집 앞에, 자기 땅 앞에 자신의 자산가치가 오르도록 할 시설만을 들여놓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배척하려고 한다. 5412번 폐선은 그러한 이기심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미미한 사례이다. 하지만 이번의 사례는 대중교통시설의 건립에 있어 가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보복성 노선 폐선'을 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운행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대중교통의 운영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8541번의 신설 이유> |
5412번 폐선 및 세 노선으로의 분할 과정에서 생긴 '출퇴근 맞춤버스'인 8541번. 옛 5412번 노선 그대로 평일 하루 3회 운행하는 이 노선의 차량의 경우 새벽에 3회만 8541번으로 운행할 뿐 평소에는 5412번의 예비차로서 차고지인 양천공영차고지에서 주박하게 된다. 김치훈 공무원에 따르면, 8541번은 시에서 운영하는 BMS(Bus Management System)를 통한 운행정보와 기사들의 적극적 건의에 의해 생긴, 맞춤형 노선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첫차 운행이 05시 30분 이후인 상황에서, 서초구 및 강남구 지역의 대형 빌딩에 새벽에 청소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금천구·관악구 일대 이용객들은, 서울지하철보다 1시간 빠른 5412번으로 출근을 했던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5412번은 생계를 위한 대중교통수단이었고, 오랫동안 5412번을 운행하던 기사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노선 폐선을 추진하던 중 기사들에 의해 이런 사실이 서울특별시에 알려지게 되었고, 서울특별시는 BMS를 통해 얻은 이용패턴분석을 통해 이를 확인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체 버스노선이 없는' 새벽 시간에 이용하는 서민층을 위해 '평일 하루 3회'에 한해 맞춤형 노선인 8541번의 신설이 확정된 것이다. 기사들의 적극적 건의와 첨단 버스관리시스템이 서민들의 '단 하나의 이동수단'을 살린 사례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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