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수도 손잡이도 떼어낸 강릉... "제한급수만 한다고 해결되나"

진재중 2025. 8.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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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샤워 시간 제한 두고, 수도 손잡이 제거까지... 강릉 물 부족, 정부·지자체 근본 대책 시급

[진재중 기자]

강릉시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지며 '물 부족 비상령'이 내려졌다. 강릉시는 현재 수압 조정과 제한급수 예고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민과 전문가들은 이를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라고 지적하며 중·장기 대책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강릉시의 물 부족 문제를 짚은 바 있다(2025년 7월 16일 보도 - 비는 왔지만... 여전히 바닥 보이는 강릉 오봉저수지, 7월 31일 보도 - 물 부족에도 관광객 몰려… 동해안, 마냥 반가울 수 없는 여름).
▲ 농어촌공사 강릉지사 오봉댐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 공사 입간판
ⓒ 진재중
반복되는 '가뭄 악몽'

강릉의 물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강릉은 여름철 강수량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적다. 올해 7-8월에도 영서 내륙에는 폭우가 내렸지만, 영동 해안지역에는 30-40mm 수준의 비만 내렸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7월 초 42.8%에서 8월 12일 25.4%로 급락해, 평년(66.0%)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최저 저수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2~3년에 한 번씩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에도 역대급 폭염 속에서 저수율이 29%까지 떨어져 제한급수 직전까지 갔으며, 강릉은 무더위와 물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릉은 가뭄이 오면 버티고, 비가 오면 잊는 식의 악순환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 오봉댐 25%이하로 줄어든 저수량, 15%이하로 내려가면 비상급수를 해야 한다.
ⓒ 진재중
"매번 물을 아껴 쓸 수도 없고..."

강릉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수진(48)씨는 "제한급수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며 "대체 수원 확보나 댐 건설 같은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부 김경자(52)씨는 "물 아껴 쓰는 건 당연하지만, 매번 이런 식이면 생활이 힘들다. 시가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도 불편을 호소한다. 해수욕장 샤워장은 '5분 이내 사용' 안내문이 붙었고, 일부 공중화장실 발 씻는 곳은 수도 손잡이가 아예 제거됐다. 인천에서 온 김민희(37)씨는 "이해는 하지만, 기본적인 편의 시설은 갖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봉저수지 상류 강릉 닭목령과 대관령 기슭에서 오봉저수지로 흐르는 물이 메말라 가고 있다.
ⓒ 진재중
강릉 물 부족, 단기 처방 넘어 중장기 대책 시급
강릉시는 물 절약 캠페인, 수압 조정, 공공수영장 휴장, 소방차 생활용수 공급 등 단기 대책에 집중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물 관리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연곡천 지하댐이 식수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후위기 속 극심한 가뭄에도 충분한 용수 공급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관광 수요 증가, 대규모 리조트 건립, 생활 인구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물 부족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최근 건설된 대형 리조트
ⓒ 진재중
전문가 "다각적 수자원 전략 필요"

도시계획전문가인 임승달 전 강릉원주대 총장은 "가뭄이 기후위기의 징후임을 고려하면, 제한급수는 임시 처방일 뿐"이라며 "지하수 비축, 해수 담수화, 인근 지자체와의 광역상수도 협력 등 복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릉의 지형적 특성상 장마철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댐·저수지 확충, 빗물 저장시설, 중수도 재활용 확대 등의 장기 기반시설 구축이 필수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 오봉댐 상류 강릉 대관령과 닭목령고개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 진재중
이제, 지자체를 넘어 정부가 나설 때

강릉은 전국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해안과 산, 호수와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수많은 방문객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강릉의 물은 단순히 지역 시민만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깨끗한 물은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재다. 이를 단순히 '우리 것'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함께 누리는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물 사용량이 급증한다. 무분별한 소비는 지역 주민의 생활용수뿐 아니라 관광객의 편의까지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강릉의 물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행정적 관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공공의 과제다.

강릉을 찾는 사람들이 물 걱정 없이 자연을 즐기고, 주민들도 안정적인 생활용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물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시민적 인식과 지속 가능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강릉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자연과 자원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의 척도가 될 것이다.
▲ 대관령에서 바라본 강릉시내 강릉은 호수와 산, 바다 등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진,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유 자산이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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