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 '모시려는' 이명박.. 사이코패스?"
[[오마이뉴스 나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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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을 한국에 모시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생각이 있는 거냐? 오히려 일본 쪽에서 놀라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흉터가 남은 얼굴, 마저 살리지 못한 손가락. 그러나 서승(64·리츠메이칸 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소장, 교토자유대학 부학장) 교수의 음성 마디마디에는 분노가 스며있었다.
서 교수는 지난 71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동생 준식(전 인권운동사랑방 대표)씨와 함께 19년간 옥살이를 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후 90년 출옥 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재일교포 학자다.
그를 처음 대하는 이들이라면 얼굴 전체에 남은 화상 흔적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71년 서빙고 대공분실에서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는 고문에 시달리던 중 조작극을 시인할 수 없어 스스로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인 결과다.
지난 23일, 현재 한일관계 및 한반도와 주변지역 이해를 위한 연구 등을 활발히 하고 있는 서승 교수를 만났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경기-교토) 지역 NGO 교류회> 참석차 고국을 찾은 것.
그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독도 및 과거사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한일 인식 관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일본 우익에 있어 구세주인 이명박 대통령"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있어 "과거에 묶여서 미래를 못 나가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이후 독도 영유권교육 강화방침과 관련해 다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승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수시로 말을 바꾼다. '사이코패스'랄까. 오죽하면 박근혜씨마저 '우리도 속았다'고 할까. 상황에 따라 입이 돌아가는 대로 말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어떤가.
"일본 우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일친북 인사'로 낙인찍어 놓았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때문에 당선되니까 너무 좋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우익들에게는 구세주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데 싫어할 리가 있는가?"
-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자세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실용외교라고 하는데, 외교자체가 부재다. '모두 주겠다'는 자세였다. 협상도, 주장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외교라는 것은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뚜렷해야 한다. 제발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평화스러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외교를 하겠다고 하는데, 경제를 살리려면 한반도가 평화 상태에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선언을 하고, 햇볕정책을 편 것도 사실은 경제문제다. 환경이 안정되지 않았으면 IMF상태를 극복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번 일본에 와서 민단내의 극보수 인사들만 초대했다. 적어도 한 나라의 통치자라면 화합의 메시지가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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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에 대해 묻어두자는 현 정부의 방침이 실제 구체적으로 느껴지는가?
"이번에 일본 모 재단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한국영사관에서 요식적으로 도장만 찍어주면 되는데, 안 되겠다고 했다.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데, 왜 자꾸 과거를 들춰 일본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냐고 하더라. 정치적 집회도 아닌, 일본인이 궁금해 하는 학술 토론을 하겠다는데 한국 쪽에서 방해를 하고 나선다. 대체 이게 어떤 나라인가?"
- 이명박 정부의 대일외교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 정부의 대일외교 제 1과제는 어떻게든 천황을 한국에 '모시는 것'이다. 이미 인수위 때부터 그렇게 원했고, 이상득 부의장까지 부탁했다. 게다가 본인까지 직접 청을 하지 않았나. 재미있는 건 일본 외무성은 물론 우파들까지도 혹 사고라도 날까 난색을 표하는데, 그런 일 없다며 와달라는 것이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이것이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이명박식 외교다."
"한류? 또 하나의 할리우드식 자본 논리 경계해야"
- 과거 일본 덕에 경제가 성장했다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이 정권교체 후 강하게 제기되기도 하는데.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20여년이 되어간다. 공장과 철도를 만들고, 단순히 계량경제학적으로 따지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당시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의 임금이 두세 배 높았다는 것이다. 이중경제였다. 그걸 평균 내서 '올라갔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근대화'라는 게 그렇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곳도 제국주의를 위해서는 산업화를 시켜야 한다. 자신들이 필요한 기간시설을 만든 것을 우리 민족을 위해 해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조선 땅을 그들의 병참기지화 한 것뿐이다."
- 강점기 시절, 단순히 경제뿐만이 아니라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일본인과 동등하게 대했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조선인을 두들겨 팬 것도 아니고, 개별적으로 보자면 인간적인 사람이 왜 없겠나. 나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고 살았지만, 양식 있는 분들이 많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일본 자국 내의 법과 달랐다. 조선에서는 천황의 말이 법이었던 것이다. 제도가 달랐고 군사지배였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겠지만, 잔인하고 포악한 측면 또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렇다면 일본에서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이었나?
"일본은 문명, 조선은 야만. 이것이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명치유신 당시 그들의 구호는 '문명개화'였다. 천하고 무능한 조선, 중국과 인연을 끊고 서구신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이 받아들인 소위 '문명'이라는 것은 서구제국주의가 모델이었고, 그 바탕 위에서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정부와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한일합방이 합법적이었다고 버젓이 올라있다."
그는 "정말로 일본이 아닌 조선을 위해 다리를 놓고 철도를 놓은 사람이 있었다면, 국가반역죄로 처형을 당했을 것"이라며 한 예를 들었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 갔을 때다. 홍보를 맡은 미군대령이 아름다운 오키나와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고 설명하자, 한 중국 학생이 그렇다면 여기 있는 미군이 정작 조국 미국을 위해서는 무얼 하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
- 현재 '한류'라는 말이 한·일간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문화를 통해 양국이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허황된 이야기다. 일본 NHK고 뭐고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얻으니까 한류라는 말을 만드는 것이지, 그들이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류라는 말에는 할리우드와 같은 자본의 논리가 숨어있다. 그걸 간과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한일우호론이 나오는 것은 뭘 모르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이명박식 사고와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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