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해소전까지 임대료 연체 가능?..정책發 갈등 확산

문제원 2021. 7. 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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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임차인 '갈라치기' 법안 경쟁
임차인 보호 필요하나 희생강요 말아야
전문가 "임대인 보호책도 충분히 고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상가 임대인도 세금, 은행 이자 내며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 임대료 연체가 가능하다고 하면 임대인은 죽으란 말인가요."

코로나19로 주요 상권의 경기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임차인을 돕기 위해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라치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또는 심각’ 단계에서 해제될 때까지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해도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와 같은 내용의 임시특례를 시행한 바 있다. 기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임대료 연체가 3기에 달하면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데, 코로나19 탓에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자 이 기간을 6개월 연장한 것이다.

민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한시적 특례 규정이 3월29일부로 종료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재확산 및 장기화로 임차인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법 적용 기간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에 따른 경계 또는 심각 경보를 해제할 때까지로 규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고 최근까지도 7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해당 법안이 적용될 경우 사실상 코로나19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임차인의 임대료 연체가 가능해진다.

임대인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경기 악화로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큰 만큼 보호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단순히 임차인의 연체를 무제한 허용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 입법예고에 의견을 남긴 한 임대인은 " 법을 개선하려면 종합소득세·재산세 인하, 건물 대출이자 유예 등도 함께해 고통이 분담될 수 있도록 해야지 경기가 괜찮아질 때까지 연체를 허용하면 임차인, 임대인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국회에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인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올해 12월31일까지 임대료 연체가 계약해지 사유 안되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전용기 의원은 소상공인이 경제사정으로 폐업할 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동주 의원은 임차인의 차임감액청구권이 보다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게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임대료를 낮춰주는 건물주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착한임대인 세제혜택’의 범위 등을 넓히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특히 대출로 상가를 매입한 뒤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규모 임대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임대인 A씨는 "임차인이 개정된 법을 아는지 지난 9월부터 올 3월까지 3개월치 임대료를 안 냈고 현재도 두 달째 연체 중"이라며 "종합소득세 부담에 임대료까지 못받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임대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하소연이 다수다.

전문가들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도서관의 지난해 ‘최신 외국입법정보(141호)’에 따르면 캐나다의 경우 임대인에게 세제 감면과 대출상환 유예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일정기간 임대료의 75% 이상을 감면해주는 상호보완적 정책을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임대인에 대한 보호 대책도 충분히 고려해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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