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된 정부, 23회 부동산 대책 끝 집값 패닉
문재인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3년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우며 부동산 대책을 수시로 발표했다. 크고 작은 대책을 모두 합치면 모두 23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수도권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년 새 52%나 올랐다. 다급한 마음에 쏟아낸 정책이 오히려 기존 정책과 상반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더 부추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일보는 3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정부의 23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각 대책 간 엇박자를 일으킨 정책들을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사업자 정책이다. 정부는 2017년 12·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해 지방세, 임대소득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의 혜택을 약속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달 10일 일부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약속한 지 채 3년도 안 돼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때마침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거래세 부담을 모두 높이면서 상당수 다주택자가 “정부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4일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해 2~3년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은 (정책 실패로) 지적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을 두고도 정부는 혼선을 빚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민간 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발표했다. 재개발·재건축 호재를 타고 인근 집값이 상승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포석이지만, 낮은 분양가로 건설사의 기대 수익이 낮아지면 신규 주택 공급이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이 나왔다. 실제 2007년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2년간 서울의 공급 물량이 반 토막 난 전례가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강행해놓고 정작 정부는 지난 4일 서울 지역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탓에 공급 대책의 효과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규제가 겹치면서 재건축 시장에서는 벌써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정책 혼선이 이어지다 보니 올해 들어서는 오히려 정부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나 전·월세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법인의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는 내용의 6·17 대책을 기점으로 다주택자와 단기보유자 세제를 강화한 7·10 대책, 임대차 3법, 8·4 공급 대책(서울 권역에 최소 13만2000가구 주택 공급) 등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마치 이를 비웃듯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71% 올라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7월과 8월 모두 125로 역대 최고치(128·2018년 9월)에 근접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다 보니 이제 정부만 믿어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렵겠다고 생각한 실수요자들이 잇따라 ‘패닉 바잉(공황구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지난주까지 61주 연속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무대책이 실수요자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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