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 집값안정 '불'은 껐지만..지역간 양극화 '숙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효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 내리막갈
거래실종 및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매매 및 전월세 가격 등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주거복지 로드맵과 민간임대등록 활성화,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 등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작년 6월 0.2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달에는 -0.1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 가격도 상승폭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작년 6월 0.99%였던 가격 상승률이 지난달 0.22%로 축소됐다. 지방의 경우 작년 8월 0.00%에서 지난달 -0.35%로 떨어졌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을 추가했던 작년 6·19 부동산 대책에서부터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지정한 8·2 대책,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한 9·5 후속 조치가 투기 억제의 밑바탕이 됐다. 이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고 11·29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5년간 100만호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사실상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과 같은 효과를 냈다. 국토부는 오는 2020년까지 임대주택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하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대거 주택 처분에 나선 것은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작년 1~6월 전국 주택 매도 물량 가운데 다주택자가 집을 판 사례는 29.8%였지만 작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다주택자 주택 매도 비중은 34.5%로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미처 집을 팔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많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12월 19만9000명이던 민간임대주택 등록 사업자 수는 지난달 32만5000명으로 63.3% 증가했고 등록주택 수는 79만가구에서 114만가구로 44.3% 늘었다.
8·2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강화된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됐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 3분기 9.5%를 기록하며 9분기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고 지난 1분기에는 8.0%로 더 낮아졌다.
김 장관 취임 후 주거복지 혜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취약계층 등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8·2 대책 전 69.6%였던 서울 무주택자 당첨비율은 대책 후 95.4%로 25.8%포인트 높아졌다. 민영주택 당첨자 가운데 신혼부부 비율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2배로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한 뒤인 지난 5월에는 28.4%를 기록했다. 지난 1~4월에는 민영주택 분양 물량 2805가구 가운데 신혼부부 당첨자가 195가구(6.9%)에 불과했다.
◇지방 침체 등 주택시장 양극화 ‘복병’
현재 김 장관은 공적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과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과 장기주거종합계획 등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장관은 “5년간 100만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청년·신혼부부을 위한 정책들이 취약계층의 주거안정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하반기부터 예산 지원 등이 본격화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을 단장하더라도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고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내년 1월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를 국토부가 담당하게 됐으며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법무부와 합의가 이뤄졌다. 합리적인 퇴거보상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가 있었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지난 1년간의 집값 안정 노력에 더해 최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개한 보유세 개편안까지 실행된다면 올 하반기 주택시장은 보다 더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장관은 “서울 일부 지역의 국지적 상승세도 최근 둔화되는 추세”라며 “시장 과열이 재연된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해 시장 안정 기조를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은 안정됐지만 김 장관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강력한 규제책의 부작용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한 것과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문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4월 6234건, 5월 5526건, 6월 3545건으로 전년 동월과 거래건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지방 시장의 경우 조선산업 불황 등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거나 공급 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곳이 있다”며 “일자리 정책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게 한다든지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문재 (mjse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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