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행복한 풍경 … 검은 밤, 심오한 우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화창한 봄날이지만, 이 전시장들은 언뜻 어둡다.
◇어둡고 고요한 밤의 풍경 우리 마음을 닮았네 =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앤카트의 개인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이 서울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앤카트 작가는 "밤엔 사물의 경계가 모호하고, 변화를 감지하기도 어렵다. 그게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컬러인 블루를 마음껏 사용한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작가 해롤드 앤카트
사물 경계 모호… 밤풍경 그려내
다채로운 푸른색으로 마음 울려
브라질 원주민 자이더 에스벨
모든 생물체 연결… 우주론 기반
40대 사망 작가의 정신세계 담겨
화창한 봄날이지만, 이 전시장들은 언뜻 어둡다. ‘블루’와 ‘블랙’이 가득해서다. 세계적인 명성의 두 글로벌 갤러리가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모두 ‘밤’을 은유하거나 상징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하나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APMA에서 열리고 있는 가고시안 갤러리의 ‘좋은 밤’(Good Night). 벨기에 작가 해롤드 앤카트의 한국 첫 개인전으로 푸른색을 주조색으로 완성한 최신작들을 선보인다.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는 브라질 원주민 출신 현대미술가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새카만 캔버스에 영롱한 별을 수놓았다. 그림이 마치 반짝이는 밤하늘 같다.
◇어둡고 고요한 밤의 풍경… 우리 마음을 닮았네 =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앤카트의 개인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이 서울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앤카트 작가는 “밤엔 사물의 경계가 모호하고, 변화를 감지하기도 어렵다. 그게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컬러인 블루를 마음껏 사용한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시 명인 ‘좋은 밤’ 역시 바로 이러한 작가의 취향과 밤에 대한 탐구 정신 등이 반영됐다.
작가가 표현한 푸른색은 다양하다. 자연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밤하늘이기도 하고, 다채로운 푸른색의 나무들이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한다. 또한, 마치 그림들은 창문을 열고 내다본 바깥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전시장의 모든 벽이 암막 커튼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베이지색 천들은 포근함을 더하고, ‘블루’ 컬러로 가득한 그림들은 전혀 ‘블루’(우울한) 하지 않다. 작품은 5점뿐이지만, 고요하고 다정한 작품들 사이에서,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엔 부족함 없다.
가고시안은 미술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지만, 아직 한국엔 공식 지점이 없다. 지난해부터 팝업 형태로 전시를 시작해, 곧 공식 오픈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같은 공간에서 활기찬 미국 뉴욕 거리의 쇼윈도를 연상케 하는 데릭 애덤스의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시는 내달 16일까지.
◇모든 존재는 연결돼 있지… 깊은 우주, 영롱한 점들 = 주요한 글로벌 화랑으로 꼽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서울지점에서는 브라질 원주민 출신으로 현대미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약했던 에스벨의 첫 국내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에스벨은 생전 생태운동과 그가 속한 마쿠시(Macuxi) 부족의 우주론을 기반으로 작업해 온 작가다. 그는 모든 생물체와 자연의 형상들이 서로 연결돼 있고 신화적인 존재와 영혼들이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상생한다는 믿음을 작품 속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에스벨의 후기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짙은 검은색을 배경으로, 그에 대비되는 강렬하고 섬세한 문양이 도드라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언뜻 보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혹은 별자리를 짚어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신화적 묘사가 가득하다. 새와 나무, 선인장과 같은 환경적 요소들이 연결돼 있다.
에스벨은 원주민 권리와 영토에 대한 인식 제고 운동을 벌인 활동가이기도 했다.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으로 현대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부족에서 영웅시됐으나, 안타깝게 일찍 생을 마감했다. 사후인 2022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소개되며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번 전시는 그의 독특한 시각언어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밀도 높게 완성한 작품들까지, 한 젊은 예술가의 치열했던 정신세계의 정수를 맛볼 기회다. 내달 17일까지.
박동미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미 출신 프란치스코 후임은? 북미·아프리카·아시아 교황 가능성도
- “이재명 집권 반드시 막는다”… 국민의힘·한덕수·반명 물밑접촉 중[허민의 정치카페]
- “우리 사귀자” 부잣집 딸에게 접근해 100억 뜯어낸 20대
- 김종인 “한덕수 대선 꿈도 꾸지마…한동훈만이 민주당 이길 후보”
- 전남 화학산 127m 풍력발전기 엿가락처럼 쓰러져
- 尹 수돗물 228톤 논란…윤건영 “관저에 수영장 있어”
- “반값에 네고를…” 한동훈 ‘당근’ 안하는 이유
- 뉴욕 한복판‘한국식 기사식당’긴 줄 비결… 한글 간판·메뉴판에 맛깔나는‘백반 한상’[정주
- 신분당선서 지퍼 내리고 주요부위 노출한 ‘군복男’ 찾습니다
- 20초 만에 12톤 물 길어 산불 끈다…세계 최대 수륙양용 항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