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김윤아 앓는 '뇌 신경마비'…"눈꺼풀 처져도 의심을"

박정렬 기자 2025. 4. 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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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오성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얼굴에서 드러나는 '뇌 신경마비'
당뇨병도 위험…"정확한 진단 중요"
가수 김윤아.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면역력 저하로 인한 뇌 신경마비 투병 사실을 밝혔다. 2011년 자우림의 8번째 정규앨범을 만들고 후각, 청각, 미각 등 얼굴부터 미주신경까지 다 문제가 생겼다며 "마비 후유증 때문에 몇 가지 기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뇌 신경마비는 얼굴로 드러난다. 이는 '뇌 신경'이라 부르는 12개의 신경이 뇌(대뇌 및 뇌간)에서 시작해 머리~목의 다양한 감각과 근육 움직임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귀(청력), 눈(시력), 입(미각), 안면마비 등 얼굴 부위에 문제가 나타날 때 신경과 방문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오성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신경의 문제로 그 신경이 담당하는 감각이나 운동 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 상태가 바로 뇌 신경마비"라며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면마비도 뇌 신경마비의 일종이다. 안면마비를 비롯해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발음이 안 좋을 때, 눈이 잘 감기지 않을 때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 종양 등 원인
뇌 신경마비의 원인은 자가면역질환, 혈관 질환, 뇌종양 등이 꼽힌다. 2015~2021년 다발성 뇌 신경마비 환자 142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자가면역질환(28%)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고 뇌졸중 등 혈관 질환(25%), 종양(17%), 감염(8%) 순으로 집계됐다. 오 교수는 "의학의 발전으로 감염이 원인인 경우는 줄어드는 반면,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진단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뇌 신경과 주요 기능, 손상 시 증상 및 관련 질환/그래픽=김지영


현대인에게 뇌 신경마비는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도 안 되는 병이다. 길랭-바레 증후군(GBS)이나 밀러-피셔 증후군(길랭-바레의 변형),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누구에게,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혈관이 약해져 발생하는 미세혈관 허혈성 신경마비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는 고령층에서 3, 4, 6번(III, IV,VI 번) 뇌 신경마비로 인한 안구운동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눈꺼풀이 처지고, 눈동자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사물이 겹쳐 보이고 시력이 떨어지는데, 이런 증상이 뇌 신경마비 때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만성질환으로 혈관이 약해지면 신경에 영양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뇌혈관이 약해지며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로 신경이 눌려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는데 갑자기 한 쪽 눈꺼풀이 처지거나 하루 중 증상 변동이 심하면(일중 변동성) 신경과 진찰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도 '주의' 조기 진단 중요
뇌 신경마비는 조기에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뇌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뇌 MRI나 CT와 같은 영상 검사로 뇌졸중·종양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자가면역 관련 원인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로 특정 항체 수치나 염증 수치를 확인한다. 감염이라 생각될 때는 뇌척수액 검사(요추천자를 통해 뽑은 뇌척수액 검체 검사)나 PCR 등을 통해 바이러스·세균을 찾고 당뇨병성 신경마비의 경우 혈당 조절 상태를 체크한다.

오 교수는 "예를 들어 한쪽 뇌 신경만 마비되고 다른 신경은 정상이면 해당 신경 경로를 따라가며 종양이나 염증성 병변이 없는지 MRI로 살펴본다"며 "여러 신경이 함께 마비된 경우 뇌간(뇌에서 대뇌 반구와 소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병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뇌 영상으로 이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성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 신경마비의 치료 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 둘째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다. 종양에 의한 마비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제거하거나 다스리고, 뇌경색과 같은 혈관 질환은 혈전용해제와 같은 약물과 재활치료로 손상된 신경 기능 회복을 이끈다. 자가면역질환과 감염도 적절한 약물을 사용해 증상 회복을 꾀할 수 있다.

치료 성적은 병의 원인과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다. 안면마비처럼 비교적 가벼운 염증성 마비나 미세혈관 장애에 의한 마비는 수주~수개월 내에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오 교수는 "당뇨병성 안구운동 장애도 혈당을 잘 조절하면 80%가량은 3~6개월 이내에 좋아진다"고 말했다. 반면 종양이나 뇌졸중으로 손상 범위가 클 경우 영구적인 신경 결손이 남을 수도 있다.

오성일 교수는 "최근에는 조기 진단과 치료로 많은 환자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뇌 신경마비가 의심되면 바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빠르게 원인을 치료하면 신경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켜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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