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난 단짝, 나란히 놓인 유골함... 봄이 싫어진 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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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 봄을 원망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두 엄마는 서늘한 추모관에서 봄을 맞고 있다.
두 엄마는 처음, 딸 없는 봄을 지나는 중이다.
지난달 25일 추모관에서 만난 두 엄마는 마냥 눈물만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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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유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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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 이효은(고 박예원씨 어머니, 왼쪽)·정현경(고 이민주씨 어머니)씨가 지난 3월 25일 광주 북구 새로나추모관에서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들어 보이고 있다. |
ⓒ 소중한 |
평생 처음, 봄을 원망했다. 따스한 햇살도 흐드러지게 핀 꽃도 싫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두 엄마는 서늘한 추모관에서 봄을 맞고 있다. 꽃처럼 맑은 두 딸의 미소는 이제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두 엄마는 처음, 딸 없는 봄을 지나는 중이다.
고 박예원, 고 이민주의 유골함은 광주의 한 추모관에 나란히 놓여 있다. 2000년생 동갑내기 단짝은 함께 여행을, 함께 세상을 떠났다. 예원의 엄마 이효은씨, 민주의 엄마 정현경씨는 똑 부러졌던 둘째 딸을 잃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이 되고 말았다.
"봄이 되니 눈물이 더 나더라고요. 우리 민주, 꽃 피면 여기저기 놀러 갔을 텐데." - 정현경씨
"꽃을 참 좋아했어요. 집에 항상 꽃이 있었는데 예원이가 없으니까 이젠 꽃도 없어요." - 이효은씨
유족으로 사는 것도 벅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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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란히 놓여 있는 2000년생 동갑내기 친구 고 박예원·이민주씨의 유골함. |
ⓒ 소중한 |
지난달 25일 추모관에서 만난 두 엄마는 마냥 눈물만 흘리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한 참사가 발생했는지, 어째서 진상규명까지의 길이 이토록 먼지, 과연 책임 있는 이들이 제대로 책임을 질지 의문을 표하고 힘주어 말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복행, 랜딩기어 문제가 연달아 있었어요. 어렵게나마 착륙했지만 공항 내 시설물에 부딪혀 폭발했어요. 공항까지 도착했는데 179명이 죽었어요.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결국은...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 죽을 것을 생각하고 타지 않잖아요. 믿음을 갖고 교통수단을 타고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 믿음을 다 저버리게 만든 참사입니다." - 이씨
"죽을 때조차 온전히 죽지 못했어요. 저 같은 엄마들에겐 시신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죠. 너무 험하다고. 여러 상황에서 한 번만 기회를 살렸다면 최소한 그렇게 179명이 온전치 못하게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제 딸보다) 훨씬 더 심하신 분들은 형태조차... 내 자식 죽은 것도 힘든데, 그런 생각까지 하면 더 힘들어요." - 정씨
유족으로 살아가는 것, 유족으로서 언론 앞에 서는 것 모두 두 엄마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점점 잊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제 주변에서조차 '아직 안 끝났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직 무안공항에 머무르는 유족들이 있는데도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언론에 노출조차 잘 되고 있지 않아요." - 이씨
"저희는 맨땅에 헤딩하듯 하루하루 이어오고 있어요. 저희 모두 일반인이었고 이런 사고를 당해본 적도 없었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고, 많은 분들의 도움도 필요한데 너무 관심도가 떨어져요. 나라에서조차 너무." - 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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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엄마의 마음엔 갈수록 답답함이 쌓여 간다. |
ⓒ 소중한 |
항공사고 특성상 진상규명까지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하기에, 두 엄마는 지금의 상황이 더욱 답답하다. 그 와중에 유가족을 폄훼하는 이들까지 생겨 몸과 마음을 온전히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때론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세상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힘들어" 집 밖으로 나오기가 두렵다.
"관제탑 교신 내용조차 저흰 받지 못했어요(인터뷰 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전 약 4분 동안만의 교신 내용을 공개했고 유가족 측은 보다 넓은 범위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 기자 말). 요구하는데도 주질 않으니 유가족 입장에선 별 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죠." - 정씨
"그런 상황에서 '유가족이 돈방석에 앉았다'는 글들을 봤어요. '돈을 얼마나 받았기에 (유가족들이) 이렇게 조용하냐'는 비난도 있고요. 당연히 모두 거짓이고 (악성 글을 쓴 사람들) 몇 명은 구속도 됐어요. 진상규명도 힘든데 그런 일까지 생기니..." - 이씨
두 엄마가 두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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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엄마는 딸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
ⓒ 소중한 |
두 엄마는 추모관에서 자주 마주친다. 나란히 안치된 두 딸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휴대폰 속 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미소를 공유하기도 한다. 두 엄마는 서로에게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 "진짜 힘든 일이 있을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둘 다 둘째였거든요. 둘째들이 독립적이고 활발하잖아요. 할 것도 많고 욕심도 많던 아이들이었는데." - 정씨
"그 예쁜 딸들이 이렇게 가버렸으니..." - 이씨
두 엄마에게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청했다.
"예원아. 네 영정 사진 옆을 보니 더 어린 친구들이 많더라. 같이 떠난 동생들 잘 돌보고, (첼로를 전공한 네가) 악기도 잘 가르쳐주고... 하늘나라에서 예쁜 천사로 있다가 엄마 만나자." - 이씨
"우리 민주.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으니 가서 재밌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렴. 엄마가 너의 30대, 40대, 50대는 못 보지만, 네가 거기서 우리를 잘 지켜보고 있을 거라 믿어. 가고 싶은 데 다 가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라. 엄마가 그곳으로 갈 때 마중 잘 나오고." - 정씨
[관련기사]
100일째 수취인불명 [참사 아카이브: 공항 계단의 편지] https://omn.kr/2cuq6
[고 이민주 이야기] 딸 없는 방, 양현종·김도영 유니폼만 https://omn.kr/2cvko
[고 박예원 이야기] 멋지게 첼로 켜던 청년, 마지막 돼버린 첫 공연 https://omn.kr/2cu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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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맞잡은 두 엄마. |
ⓒ 소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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