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5만원 더 받는데, 웃지 못하는 이유

최육상 2025. 7. 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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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어떻게 쓸 것인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전북 순창군 면 단위 주민들의 고민

이재명 정부의 첫 경기 부양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2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우고 팍팍한 가계 살림에 단비가 될 지원금과 관련해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최육상 기자]

 순창농협 유등지점 하나로마트. 슈퍼가 한 곳도 없는 유등면에서는 농협이 문을 닫으면 주민들 생활시계도 함께 멈춘다. 주말에는 농협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하나로마트마저 문을 닫는다. 7월 20일 일요일 오후 사진이다.
ⓒ 최육상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21일부터 시작됐다. 비수도권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은 각각 3만 원, 5만 원씩 추가지급된다. 그런데 정작 농촌 지역, 특히 '면' 단위 주민 사이에서 '사용처가 적어 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르신들은 소비쿠폰 쓰려면 읍내 나가야 하는데..."

전북 순창군은 지원금이 추가로 지급되는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이다. 1개 읍(순창읍)과 10개 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40%가 순창읍에 거주하고 있다. 순창읍에는 군청과 의회, 교육청,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도서관, 은행 등 공공기관과 다양한 요식업소가 밀집해 있다.

반면 10개 면 지역의 경우, 행정복지센터가 있는 면 소재지에 농협 하나로마트와 몇몇 식당, 카페, 구멍가게가 있을 뿐이다. 면 소재지를 벗어나면 식료품점이나 약국 일상생활에 필요한 업소를 찾기 어렵다. 면 단위에 사는 한 주민은 "돈(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쓰려고 해도, 정작 사는 지역에 사용할 곳이 없다"라며 "물건을 사고 음식을 사 먹으려면 버스 타고 읍내(순창읍)에 가야 하는데, 버스도 하루 네다섯 번밖에 없어 그마저도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농촌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하나로마트와 농자재판매소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기준인 '매출액 30억 원 이하 업소'가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쓸 수 없다. 다만 유사 업종이 없는 면 지역에 한해 하나로마트 125곳은 사용처로 지정했는데, 순창군은 10개 면 하나로마트 가운데 순창농협 유등면·인계면·풍산면 지점 등 3곳만 포함됐다.
 전북 순창군은 1개 읍(순창읍)과 10개 면으로 이뤄져 있다. 복흥면과 쌍치면 주민들의 생활권은 순창읍이 아니라 정읍시다.
ⓒ 순창군
하나로마트·농자재판매소 이용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던 면 단위 주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소상공인 자체가 거의 없는 면 단위 농협까지 왜 제한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읍내에 나가서 돈 쓰게 만드는 게 무슨 지역경제 활성화냐"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금과면의 한 주민은 "금과면 소재지에 조그마한 슈퍼가 있어서 금과(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라며 "차량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왔을 때 한 번씩 순창읍에 나가서 사용하거나, 젊은 사람이 읍내에 갈 때 물건을 사다 달라고 부탁해야지 안 그러면 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면 지역의 주민은 "민간 식료품점과 농재자판매소가 있더라도 갖춘 물건이 별로 없어 농협을 제외하면 쓸 데가 정말 마땅치 않다"라며 "차를 몰고 읍내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소비쿠폰을 다 쓰지도 못하고 날릴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순창읍내보다 정읍시내가 훨씬 가까운 복흥면 주민은 "소비쿠폰은 순창군내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10분이면 갈 정읍시내를 놔 두고 40분가량 걸리는 순창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라며 "지역 경기 활성화라는 데는 100번 동의하지만, 우리 복흥면민의 경우에는 생활권이라는 걸 고려해서 순창군내 대신 전북권내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025년 4월 말 기준, 순창군 10개 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987명인 유등면이다. 한 주민은 "유등면에는 슈퍼가 한 곳도 없어서 농협이 문을 닫으면 주민들 생활 시계도 함께 멈춘다"라며 "도시 주민들이야 문밖만 나가도 돈을 쓸 곳이 천지에 널렸겠지만, 우리 유등면민들은 농협이 아니고서는 돈을 쓰려야 쓸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순창군 측 "하나로마트 허용하면 슈퍼는 더 죽는다"
 첫날인 21일 광주 북구 두암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직원이 현물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이같은 주민들의 불만에 순창군 경제교통과 관계자는 "지역(면) 내에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농협 이용을 제한해놨는데, 이번엔 면 단위에 슈퍼나 마트가 없는 곳은 농협 하나로마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라며 "동계면 같은 지역은 슈퍼가 있는데 하나로마트를 허용하면 슈퍼는 더 죽는다고 볼 수 있어, 그런 부분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자재마트 같은 경우도 동계면·구림면·쌍치면·복흥면은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 있다"라며 "확인하러 가봤더니 '농협 농자재마트 풀어주면 우리는 망한다', '농협 허용해주면 다 농협으로 가버린다'고 하는 등 민감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순창군 소비쿠폰 지급 대상은 2025년 6월 18일 기준으로 군에 주민등록을 둔 군민 2만6792명이다. 지급액은 ▲일반군민 1인당 20만 원▲차상위·한부모가족 35만 원 ▲기초수급자 45만 원이다.

순창군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온라인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군민이 많을 것으로 보고, 무기명 선불카드를 사전 제작해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려 "부군수를 단장으로 한 전담 TF팀을 구성해 대상자 자격 검토, 지급 결정, 콜센터 운영 등 전반적인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군민을 위해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운영한다"라며 "해당 군민이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로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해 선불카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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