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이 자산시장 자극? 오세훈 시장 주장이 '기우'인 이유

임재만 2025. 7.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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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내수 침체 벗어나기 위한 토대 마련 위한 것... 국민 기본권 튼튼하게 보장하려면, 부동산 안정이 우선

[임재만 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날인 21일 광주 북구 두암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 광주 북구
지난 6월 3일 윤석열 일당의 내란 사태로 치러진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내란 사태로 한국의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유사 이래 최대로 높아졌었다. 국민은 내란 사태의 조기 종식을 바라면서도 내란 세력의 끝없는 준동으로 불안에 떨며 지갑을 닫았다. 아니 이미 지갑은 그동안의 경기침체로 비어 있었다.

최대 피해자는 중소 영세 자영업자다. 코로나19 대응으로 가게 문을 강제로 닫았지만, 정부의 추가 대출이나 만기 연장, 이자 유예만으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을 중심으로 지난 2024년 기준 전체 자영업자 중 약 9%에 해당하는 약 100만 명이 폐업했다. 특히 매출 30억 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배달업의 성장 등 사업 환경이 크게 바뀐 탓도 있으나 내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14조 원 규모의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소득수준과 지역에 따라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1, 2차로 나누어 지급한다.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려 경제를 회복하고, 폐업과 실업으로 소득이 줄어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무엇보다 소비쿠폰은 코로나 팬데믹과 내란 사태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심리가 안정되면 점차적으로 경제회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민간 소비가 14조 원 증가하면 소비 증가와 소득 증대에 따른 경기활성화로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비 승수효과는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소멸성 화폐로 지급하기 때문에 승수효과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이 기우인 이유

소비쿠폰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산시장 자극, 재정 부담 증가, 정책 실효성 부족,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비쿠폰 지급으로 통화량이 증가하여 자산시장을 자극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서둘러 다시 확대 지정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상승했고, 스스로 잘못된 정책임을 자인한 꼴이 되었다. 투기의 꽃길을 깔아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소비쿠폰 지급은 정책의 성격이 다르다. 비판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으로 해야 한다.

소비쿠폰은 국민에게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고 다시 국민에게 지급하므로 전체 통화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비쿠폰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소멸성 지역화폐다. 정부의 돈이 자영업자로 이동하니 그 돈이 일부 독점적 자영업자에게 흘러 가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 수도 있다. 이런 전제가 성립하려면 우선 14조 원 전액이 연간 매출액 30억 원 이하인 자영업자 약 511만 명에게 흘러 들어가고(1인당 약 274만 원), 순수익이 매출의 30%라고 가정하면 4조 2천억 원의 순수익을 올리게 된다(1인당 82만 원).

한 자영업자가 서울의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LTV=70%로 대출을 받아 사려면 3억 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약 370명의 국민이 소비쿠폰을 한 자영업자에게만 사용해야 가능하다. 5110만 명의 소비쿠폰 소비자가 511만 명의 영세 자영업자 가게에 무작위로 간다면 10명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오세훈 시장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기우가 아니라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새 정부의 최근 성과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6.27 대책으로 겨우 급등하던 서울 집값이 진정되고 있다. 서울시도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쿠폰이 물가를 자극하려면 우리 경제가 완전고용에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투자가 불필요한 상황이라야 한다. 제조업 가동률은 70% 초반 수준이며,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도 높고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률도 높다. 재정투자로 매출을 늘리고 공장 가동률과 농수축산물 소비를 늘리는 역할을 할 뿐이므로 물가를 자극할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쿠폰은 내수 침체 벗어날 토대 마련 위한 것
▲ 지난해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증가 채무불이행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 2월 16일 서울의 한 식당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둘째, 14조원을 국채로 발행하니 정부 부채가 늘어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비판이다.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평균 자체가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2024년 말 국가채무는 1175조 원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46% 수준으로 OECD 평균 7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14조 원의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국채는 기존 국가채무의 1.2%로 GDP의 0.5%에 불과하다. 경제위기와 소득 및 자산불평등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가구의 부채로 연명하기보다 국가가 부채를 대신 짊어져 소비부족에 의한 경제불황을 막아야 한다.

이번 소비쿠폰은 이러한 내수 부진을 해결하고 한계 가구에 소득을 보전해주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위기 시기에 정부가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매우 시급하고 긴요한 재정정책이다. 통화량만 늘리는 정책이 가져온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겪어왔던 터라 국민 수용성은 더 높을 것이다.

셋째, 재정 투입만큼 소비가 느는 대신 기존 소비를 대체하여 정책의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일부 중산층 이상 소득계층은 소비쿠폰이 있다고 기존 소비수준보다 더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소비쿠폰을 기존 소비처 대신 영세 자영업자 가게에서 소비하면 소득불평등을 다소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번 소비쿠폰은 1회성으로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도 그래서 이번 소비쿠폰을 마중물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1회성 단기 효과만 있을지 또는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 침체에서 회복하여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소비쿠폰의 소비기한이 오는 11월 말까지이고 그 기간에 추석 등 대목이 있으므로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필요조건은 될 것이다. 정부도 추가 소비유발효과를 재난지원금보다 높은 최대 40%로 추정하고 있다.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한 시대

넷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반 헌법적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인데도 단순히 국민이 좋아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는 이유로 포퓰리즘으로 비판한다면 국민을 우매한 군중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소비쿠폰 지급으로 통화량이 증가하여 집값이 오를 것이다, 국민이 공짜에 익숙해질 것이다, 등은 소득 상실로 고통을 받는 국민과 소비 위축으로 침체된 경제를 외면하는 보수 우파 엘리트의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향후 정부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선분배, 재분배와 함께 지속적인 생애소득 정책을 시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더 튼튼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우선 필요하다. 부동산 자산의 투자 매력을 낮추는 동시에 금융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만 쏟지 않고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률을 견인하는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6.27 대책은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유동성을 어느 정도 차단했지만, 주택시장의 항구적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에 대응하는 충분한 공급과 부동산 조세의 정상화 등을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과세로 세수도 확보하고 조세정의도 구현하기 위해서다.

3기 신도시와 도심지 저층주거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지난 정부에서 부진했던 주택공급도 신속하게 이뤄내야 한다. 주택정비사업에 기대어 공급을 늘리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크다는 점을 정책결정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또한 거주적합성과 점유안정성, 부담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민간 주택임대차 시장도 개혁해야 한다. 특히, 전세대출과 대출보증의 점진적인 축소와 DSR처럼 부채비율을 관리하며 전세대출의 원금은 임대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해야 한다(관련기사 :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https://omn.kr/2agrj).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은 주저할 것이니 공공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의 임대주택시장을 안정하려면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대폭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은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을 다른 정책과 같은 위계로 보면 안 된다. 부동산, 기업, 노동, 교육, 보건, 문화 등의 다른 정책을 수립할 때 국토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반영해야 한다.

작년 12.3 내란 사태 이후 긴 겨울과 봄을 지나 다시 만난 세계가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한 시대를 열어갈 토대를 마련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7월 21부터 신청받기 시작한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우리 시대에 가장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생명 같은 희망이 되도록 국민이 즐겁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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