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물총놀이 축제서 만난 태극기 그려진 '소방차'
[정호갑 기자]
4월 14일부터 16일은 캄보디아의 쫄츠남이다. 쫄츠남은 캄보디아의 설날이다. 쫄츠남을 맞이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우리 설날과 마찬가지로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 형제들을 비롯한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준다. 쫄츠남 기간에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프놈펜 시내 도로는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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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툭툭이와 오토바이로 가득 채운 시내 도로는 쫄츠남 기간에는 한산함을 넘어 적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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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프놈 사원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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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왓프놈 사원으로 가기 위해 앱으로 툭툭이를 불렀지만, 사람들이 혼잡하여 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사원 근처로 갔다.
툭툭이에서 내리자마자 낯선 이방인을 물총으로 환영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환영에 '이건 뭐지?'하며 물총을 쏜 곳을 바라보니 꼬마가 큰 물총을 들고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꼬마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화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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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손에 물총을 들고 물총 축제를 즐기려 모여드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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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물론, 어린아이도 그리고 외국인들도 물총놀이로 신이 나 있다. 물총 축제 한마당이다. 전통 무용이나 민속놀이를 구경하러 나왔는데, 얼떨결에 물총 축제의 행렬을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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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에 물을 가득 담고 물총놀이 하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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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총 축제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온 소방차에 태극기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소방차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프놈펜시 경찰청에 기부한 것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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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총 축제 주변 곳곳에서 흥겨운 노래 공연을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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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총 축제 주변에 먹거리 노점은 축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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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뿌리고, 얼굴에 분칠하는 것은 새해를 맞아 몸을 정화하고 준비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러한 놀이의 의미보다는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음껏 즐긴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것은 그야말로 너와 내가 함께하는 즐기는 축제 한마당이다.
축제 한마당에는 지위의 높고 낮음은, 돈이 많고 적음은, 나이의 많고 적음 따위는 완전히 무시된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축제에는 현존의 질서가 사라지고 너와 내가 그냥 하나가 되어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틀이 있다. 싫든 좋든, 옳든 그르든, 그 틀에 인정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틀의 얽매임이, 부당함이 임계점에 이르지 않도록 때때로 풀어 주어야 한다. 그 풀어 줌이 바로 축제가 아닐까?
얽매임을 한 번씩 풀어 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축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축제가 없다. 우리나라도 현대로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얽매인 감정을 풀 수 있는 마을 축제가 있었다. 바로 마을 곳곳에서 일 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탈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을 눌렀던 양반의 몰지각함이나 무도함을 마음껏 들춰내며 잠시나마 억눌렸던 감정을 푸는 것이다. 현대에 탈놀이가 사라지면서 야자 타임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는 기존의 틀을 무시하고 온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없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월드컵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월드컵에서 목표가 16강인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세계는 이해하지 못한다. 월드컵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축제이다. 광장에서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도, 안타까운 순간에도, 지위를, 나이를, 빈부를 내려놓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서로 껴안기도 하고,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함께 한다. 광장에서 월드컵을 함께 보는 순간, 기존의 사회적인 틀은 무너진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 대한민국은 축제의 날이 되는 것이다.
최근 시국을 보면서 촌부지만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다. 이쪽, 저쪽 갈라짐이 너무 심하다. 극과 극이 부딪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위도, 이념도, 빈부도, 나이도 상관없이 너와 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지 않을까.
쫄츠남을 맞아 온몸으로 즐기는 그들의 물총 축제가 오늘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 이러한 축제가 그들의 문화의 자부심으로, 국민의 긍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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