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이후 노골적 '관저 정치', 대선 개입 논란

임병도 2025. 4.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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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선 주자들·정치인·유튜버 등 만남 공개... 파면 뒤 사용 비용 확인해 책임 물어야

[임병도 기자]

 4월 10일 <전한길뉴스>에 '(단독) 윤석열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한남동 관저에서 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 전한길뉴스 갈무리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거의 매일 외부인을 불러 한남동 관저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며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주장해 극우 집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10일 전씨가 운영하는 <전한길뉴스>에는 "윤석열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한남동 관저에서 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전씨가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만남은 "이사를 앞두고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하겠다"라는 윤석열의 요청으로 성사됐습니다.

두 사람을 만난 윤석열은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지난 겨울 석 달 넘게, 연인원 수천만 명의 2030 청년들과 국민들께서 광화문과 여의도,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섰다. 그분들께 너무 미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라며 지지층을 향한 노골적인 편애를 드러냈습니다.

윤석열은 전씨를 향해 "전한길 선생, 당장 눈앞의 파도를 보지 말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윤석열이 전씨를 부른 이유가 지지층을 동원해 국힘 경선, 더 나아가 대선까지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파면 이후에 한남동 관저로 외부인 부른 윤석열
 4월 7일 한남동 관저로 식자재 차량이 드나들고 조리복을 착용한 셰프들이 보였다.
ⓒ 뉴탐사 갈무리
윤석열이 한남동 관저로 외부인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일 <JTBC 뉴스룸>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로도 거의 매일 외부 인사들을 불러 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7일 <뉴탐사>는 한남동 관저로 식자재 운반 차량이 드나들고 조리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를 향해 인사를 하는 등 마치 가든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7일 "저는 이미 (파면) 당일 날부터 여러 차례 만났다. 어제도 뵀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10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남동 관저에서 만난 윤 전 대통령이 매우 상심한 모습이었고, 건강상 이유로 약주도 한 잔 안 하셔서 걱정된다"라며 윤석열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나경원 의원이 윤석열과 독대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조기 대선 앞두고 윤심 내세운 국힘 대선주자들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관저에 머물면서 외부인사들을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철우 경북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김문수 전 장관은 윤석열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고, 대선출마를 한 나경원 의원에겐 '윤심이 실렸다'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조선일보>는 11일 "국힘 주자들 '윤심' 이용 움직임, 서로 자해 될 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힘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윤 전 대통령은 정치에서 떨어져 자숙하고 국힘 정치인들은 일부 지지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일부 국힘 정치인은 그 반대로 하고 있다"라며 "눈앞의 당내 경선에서 작은 이익을 보려는 단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에서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며 "이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 된 모습으로 대선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또 윤심 논란과 친윤·비윤 갈등이 벌어지면 그 결과가 무엇이겠나. 그게 윤 전 대통령에게는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개탄했습니다.

한편, 윤석열은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합니다. 박근혜는 파면 이틀 뒤 청와대를 떠났지만 윤석열은 일주일 만입니다. 윤석열이 대통령 관저에 머물며 지불됐던 비용과 인력을 누가 부담했는지 알기 위해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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