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내한 獨 연주자 “美 공연 취소 후회없어..음악은 가치 전달 수단”

박동미 기자 2025. 3.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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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냐 보수냐 이런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 권리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독일 출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최근 미국 공연을 취소한 것에 대해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얼마 전 미국 언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미국에서 연주회를 할 때마다 (연주료의)32%를 세금으로 낸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국가에 그 돈이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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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바이올린 연주자 테츨라프 인터뷰
최근 트럼프 정책 반대 美 공연 취소 화제
5월 1~2일 서울과 부산서 내한공연 앞둬
“내 연주 듣고 기쁘거나 눈물 흘렸으면…
바이올린 연주자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Giorgia_Bertazzi,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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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냐 보수냐 이런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 권리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독일 출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최근 미국 공연을 취소한 것에 대해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얼마 전 미국 언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미국에서 연주회를 할 때마다 (연주료의)32%를 세금으로 낸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국가에 그 돈이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테츨라프는 독일의 간판 연주자로, 미국에서만 한 회 평균 20회 이상을 공연하는 인기 스타다. 팬들과 관객들을 떠올리면 쉽지 않았을 결정. 오는 5월 1~2일 한국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지난 21일 화상으로 만난 테츨라프 역시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은 단순히 연주를 즐기고 집에 가는 것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인간을 향한 배려와 평등, 연민 등의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Giorgia_Bertazzi, 마스트미디어 제공.

앞서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공연도 중단을 선언했던 테츨라프는 음악가라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음악적’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을 예로 들었다.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헌정하는 곡을 만들었다가, 나폴레옹이 황제에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고 악보 앞에 쓴 헌사를 지우고 제목도 바꿨다. 테츨라프는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며 자유, 평등의 가치를 음악에 담았던 베토벤은 나폴레옹에게서 민주주의가 배신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자신도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배신당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미국 내 점점 번지는 공포 등을 볼 때 결코 공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츨라프는 1990년대 초반 쇤베르크 협주곡 연주로 주목받기 시작해 베를린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해왔다. 국내서도 꾸준히 공연하며 사랑받는 연주자다. 2014년엔 그가 이끄는 현악사중주단 ‘테츨라프 콰르텟’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내한 연주회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2019년엔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됐다.

바이올린 연주자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Giorgia_Bertazzi, 마스트미디어 제공.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요제프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과 함께한다. 테츨라프는 "수크는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이어갔던 작곡가지만 많이 조명받지 못했다. 이번에 수크의 곡을 첫 번째 곡으로 선택해 좀 더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테츨라프는 많은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은 고악기 대신 현대 악기를 사용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는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눈을 감고 연주하면 고악기인지 현대 악기인지 구분을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저 자신과 잘 맞는 악기를 선택하면 그만이지요."

자신만의 해석이 깃든 연주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혀 온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관객과 교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이 기쁨을 느낀다거나 눈물을 흘리는 연주회가 성공적인 연주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제 연주를 통해 관객들이 타인과 교감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테츨라프의 리사이틀은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일에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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