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어권 남용’ 중독증… 재판지연 노리며 국가형벌권 방해[Deep Read]
李 과도한 방어권 행사는 ‘신의칙 위배·권리 남용’… 재판 파행시키고 사법기능 마비
국가형벌권 실현 위한 제도적 보완 시급… 고의 재판지연 처벌 담은 ‘사법방해죄’ 신설해야
헌법 제27조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다. 공정한 재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검사와 피고인 간 ‘무기 대등 및 절차적 지위의 대등’이 이뤄져야 한다. 피고인이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게 함으로써 ‘무기 대등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이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중심으로 한 방어권 보장의 제도적 취지다.
하지만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방어권 남용은 심각하다. 이 대표의 방어권 남용은 재판을 파행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형벌권의 정당한 실현을 막는 사법방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방어권 남용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제기했던 법관 기피신청이 각하 결정됐지만, 우편을 통한 3차례 그리고 집행관을 통한 3차례 등 6차례의 결정문 송달 시도가 모두 ‘폐문 부재’로 실패했다. 결정문 송달이 지연되면 재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재판은 지난해 12월 법관 기피신청 이후 3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6월 기소됐지만 9개월간 공판준비기일만 네 차례 열었고 본 재판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재판부 재배당 요청을 했다가 기각됐고, 변호인들은 “사건기록 복사를 하지 못했다” “기록 검토를 못했다” 등 이유로 재판을 계속 미뤘다. 그러다가 재판부가 지난해 12월 “내년부터 본격 재판을 하겠다”고 하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것이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1심 판결 후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두 차례 수령하지 않아 법원 집행관이 국회 사무실로 찾아가 전달했다. 피고인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지 않으면 소송절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은 2개월가량 지연됐다.
이 대표는 26일로 예정된 선거법 2심 선고를 앞두고는 지난 12일 재판부에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했다. 2021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합헌 결정을 내린 사안인데 다시 신청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누가 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조기 대선을 기대하면서 재판 지연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충북동지회’ 간첩사건의 피고인 3명도 기소된 지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징역형이 확정됐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 5차례 법관 기피신청을 했고, 국선변호인을 포함해 8차례나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했다. 변호인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수차례 재판을 연기시키는 등 수단을 총동원해 재판을 지연시켰다. ‘창원간첩단’ ‘제주간첩단’ 등 사건도 각종 지연전술로 재판이 멈춰 있다.
◇무제한의 권리인가
민법 제2조 1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뿐 아니라 공법 및 절차법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신의칙에 반해 외형적·형식적 권리나 법적 지위를 그대로 행사하거나 악용하는 것은 실질적 권리나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2조 2항은 권리남용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재판청구권 행사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규제되므로 수회에 걸쳐 재심청구가 기각됐음에도 이를 반복하는 것은 사법 기능의 혼란과 마비를 조성하는 ‘소권(訴權)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검사의 공소장 변경과 관련한 대법원의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의 의도와 시기, 그리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장기간 권한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전격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피고인의 지위를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 공소장 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판례 2020도11949, 2024년 12월 12일 선고).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도 무제한의 권리가 될 수 없다. 상습적인 법관 기피 신청, 송달 고의 회피 등 방어권 행사의 의도와 시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인 방어권 남용으로 판단될 경우 제한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변호인도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공익적 지위를 가지므로 형사소송의 이념을 존중해야 한다. 변호인이 보호하는 피고인의 이익은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돼야 하며 변호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가형벌권이 정당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형사 절차의 집행과정에 협력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
재판 방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법원 구속 기간 제한 폐지가 있다. 재판 지연의 가장 큰 목적은 법원의 구속 기간을 도과시킴으로써 석방을 노리는 것이다. 1심과 항소심 및 상고심 구속 기간은 각 최장 6개월이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도 6개월 내 1심 재판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현행 법원 구속 기간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1954년 입법된 것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 구속 기간 제한 전면 폐지를 포함한 법 개정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방어권 남용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형사소송법 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법관기피 신청은 15일 이내에 결정하고 이에 대한 이의는 1회에 한해 허용하며 재판지연 목적의 반복된 신청은 각하하도록 해야 한다. 고의적 송달 지연의 경우에도 변호인 선임 사건의 경우 변호인에 대한 송달을 적법한 송달로 간주하고, 전자송달의 전면 확대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법의 본질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 못지않게 범죄자에 대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국가형벌권의 효과적 행사도 중요하다. 상습적인 법관기피 신청, 반복된 고의적 송달 회피, 비정상적 변호인 선임·사임의 반복을 통한 재판 지연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사법방해죄’를 신설해야 한다. 법관들도 피고 측에 휘둘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해 사법의 권위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이 방어권 남용에 적극 가담할 경우 변호사 자격정지 또는 취소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도록 제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형벌권이 정당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형사 절차의 집행과정에 협력해야 하는 변호사의 공익적 책임을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격 박탈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변호사,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 용어 설명
‘공직선거법 제250조 ①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 등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공표한 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함.
‘권리남용금지원칙’은 법학 전반의 주요한 원칙 중의 하나. 특히 대륙법계에서는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의 권리행사는 허용되지 않으며, 권리의 명백한 남용은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함.
■ 세줄 요약
방어권 남용 :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방어권 남용이 심각. 이 대표의 방어권 남용은 재판을 파행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형벌권의 정당한 실현을 막는 사법방해 수단으로 전락.
무제한의 권리인가 :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칙에 맞아야 하며 권리남용금지원칙을 따라야 함. 이 대표의 방어권 행사는 무제한의 권리가 될 수 없으며, 피고인의 이익은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돼야 함.
제도적 보완 : 이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 방어권 남용이 재발하지 않게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검토하고 재판 지연을 처벌하도록 ‘사법방해죄’를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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