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주고 떠났다' 소식 들려오지만...실제 장기기증·희망자 줄어

김은혜 기자 2025. 3.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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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사고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A양처럼 대가 없이 생명을 나누는 소식도 많지만, 실제 뇌사 장기기증자나 그 밖의 인체조직 기증 희망 사례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기기증 희망자는 1년전(8만3362명)보다 15.6% 감소한 7만563명이며,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는 1년전(5만5728명)보다 16.3% 감소한 4만6643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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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재 피해 12살 소녀 닷새만에 숨져
심장·췌장 등 대가없이 나눠...숭고한 희생
지난해 11만여명 기증 희망...1년새 16% 감소

얼마 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사고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 어린 소녀가 세상을 떠나며 장기를 기증한 소식이 알려져 깊은 울림을 안겼다.

장기기증은 뇌사 상태에서 특정한 장기를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으로 1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최대 9명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다. 뇌사는 뇌질환이나 사고 등으로 뇌가 손상돼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다가 2주 내 사망에 이르는 상태로, 소생가능성이 있고 자발호흡이 가능한 식물인간과는 다르다.

화재로 숨진 12살 A양이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 기증으로 여러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5학년인 A양은 지난달 방학을 맞아 인천의 자택에 혼자 있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A양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지병으로 신장 투석을 받느라 병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에서 난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A양은 치료 닷새만인 지난 3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마지막 가는 길에 심장과 췌장 등 장기기증으로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A양의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밝고 사랑스러웠던 딸의 모습을 회상하며 “아이가 수의사를 꿈꿨는데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A양의 빈소는 5일 인천 서구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반려묘를 안고 미소 짓는 A양의 영정이 빈소를 찾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수의사를 꿈꾸던 A양과 반려묘. 유족·연합뉴스

A양처럼 대가 없이 생명을 나누는 소식도 많지만, 실제 뇌사 장기기증자나 그 밖의 인체조직 기증 희망 사례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장기기증·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는 총 11만7206명으로, 1년전(13만9090명)보다 16%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기기증 희망자는 1년전(8만3362명)보다 15.6% 감소한 7만563명이며,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는 1년전(5만5728명)보다 16.3% 감소한 4만6643명으로 나타났다.

뇌사 장기 기증자도 줄었다. 지난해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97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6년(573명)에 비해 30.7% 감소했다.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8년(449명)에 500명 아래로 내려간 뒤, 2023년(483명)에 반등했으나 지난해에는 4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해 뇌사 장기기증자가 400명을 밑돈 것은 2011년(368명) 이후 13년 만이다.

장기기증과 이식은 질병과 사고 등 여러 이유로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실제 장기기증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2024년 기준 뇌사 장기기증자는 397명이었으나,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5만명에 이른다. 2023년 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907명으로, 하루 7.96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한국 뇌사기증률은 인구 100만명당 9.32%에 그쳤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 당 뇌사기증률은 9.32%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48.04%)이나 스페인(49.4%), 포르투갈(37.1%)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뇌사나 사망 후 피부·심장판막·혈관·신경·뼈·연골 등을 타인에게 대가 없이 제공하는 ‘인체조직 기증’ 역시 많지 않아 한국은 이식재의 91.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장기기증 문화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정착되도록 사회·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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