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적당히’만 어기면 괜찮은 거죠?”···시민들 “헌재가 조롱거리 자초”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을 놓고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불임명)’에 대해 헌재가 다수 의견으로 “위헌·위법하지만 파면 사유는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 등을 놓고 “헌법을 어겨도 적당히만 어기는 건 괜찮다는 얘기냐” 등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헌재의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기각 결정 이후 일부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헌재 결정을 지켜본 직장인 윤경인씨(42)는 “헌법을 어겼다는 결정이 나온 것 같은데 파면 등 그 죄는 묻지 않겠다는 이상한 결정으로 보였다”면서 “고위공직자도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키는 데 국민에게는 지키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오늘 내 업무를 부작위해도 해고 사유는 안 되는 거 맞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얘기냐” 등 조롱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온 데에는 전날 헌재 결정이 헌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봐도 석연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전날 결정에서 재판관 8인 중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이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헌법 66조, 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56조 등을 위반했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몫 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한 것이 헌재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목적이나 의사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역시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은 “위헌·위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아예 각하 의견을 내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만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내고 재판관 불임명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는 위헌이라고 보면서도 그 중대성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재의 이 같은 결론은 한 권한대행이 향후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을 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이지만 파면까지 될 위중한 사안은 아니니까 임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마 후보자 임명 촉구에도 이날까지 명확한 임명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업무를 하고 있다. 헌 권한대행은 이날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헌재 결정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분열과 대립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만들어진 ‘헌법 위반의 중대성’ 기준을 너무 높게 해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 공무원은 업무 수행 때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국정 안정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관대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42016005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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