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소통으로 똘똘 뭉쳐 자생력 있는 공동체, 청년메카 ‘완주’하다

조은별 기자 2025. 3.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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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바꾸는 로컬크리에이터] (38) 송효웅 다음스테이 대표 <전북 완주>
청년 공유주택·거점지 통해 귀촌 지원
‘고봉밥 캠프’ 등 다양한 체험활동 펼쳐
중장년층 대상 ‘농촌 살아보기’도 진행
주민 소통 넓혀 귀촌인 고립 해소 힘써
송효웅 ‘다음스테이’ 대표가 전북 완주로 귀촌한 청년들과 함께 운영하는 귀촌인 공동체 ‘노랑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귀촌 청년들이 각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커뮤니티 공간이다.

전북 완주는 귀촌을 꿈꾸는 청년에게 매력적인 고장이다. ‘청년메카완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년 공유주택과 거점공간, 청년 지원사업이 활발히 운영된다. 2020년에는 청년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청년마을학교’, 2021년에는 외지인의 지역정착을 돕는 ‘청년마을’ 사업이 진행됐다. 이렇게 서로 돕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귀촌 공동체는 새로 온 청년이 적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완주에서 청년들과 함께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는 송효웅 ‘다음스테이’ 대표를 만났다.

서울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던 송 대표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이 진행되는 건축 설계에 회의를 느꼈다.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경남 사천과 경기 시흥 등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며 주민의 의견을 건축에 적극 반영했지만, 사업이 끝나자 그간의 노력이 사라지는 걸 보며 한계를 깨달았다. 공동체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는 직접 귀촌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2022년 3개월 동안 완주에 머물며 귀촌한 선배의 삶을 따라 걸었다. 선배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밥을 짓고, 바느질 공방에서 모자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엔 지역정착을 위한 일자리 실험도 했다.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판매해보며 청년이 완주에 정착하기 위한 사업 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함께 참여한 4명은 모두 귀촌을 결심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이후 진행된 프로그램까지 참여자 12명 중 9명이 귀촌을 선택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선배·동료와 함께하는 힘’을 실감했다.

이후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 관계자로부터 숙소로 이용했던 ‘다음스테이’ 운영을 제안 받았다. 그는 이곳을 완주의 매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고자 했다. 숙소에 머무는 이들이 지역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귀촌 도우미가 됐다. ‘서태지 문화’를 공유한 X세대(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 참여자를 중심으로 3일씩, 6회에 걸쳐 귀촌 지원활동을 진행했다. 송 대표의 농촌 살아보기 경험처럼 참여자들은 지역을 탐색하고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공을 들인 건 청년 대상 프로그램이다. 고산동과 봉동의 귀촌 창작자가 동네 이름을 각각 따와 만든 ‘고봉밥 캠프 더 레드’는 2024년 열렸다. 완주를 경험해본 적 없는 청춘남녀 6쌍이 지역을 탐색하며 짝을 찾는 내용이다. 2박3일 동안 요리, 전통주 체험, 사주 궁합, 나만의 책 제본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실제로 2쌍의 남녀가 연인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귀농한 동네 청년들과 함께 기획한 ‘로컬 기획자의 초여름방학’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완주를 그려 나갔다. 참여자는 대부분 수도권 청년이었고 일부는 이를 계기로 귀농을 결심했다.

‘노랑집’에서 환하게 웃는 송 대표와 회원들.

2024년 10월, 그는 새로운 공동체 ‘노랑집’을 친구들과 힘을 모아 열었다. ‘노랑집’은 먼저 정착한 귀농·귀촌인을 포함해 25명 남짓한 주민이 모여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이다. 개소식 날짜는 완주에서 열리는 ‘와일드 푸드 축제’에 맞췄다. 축제 부스에서 동료와 음식을 만들고 하루 동안 2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 송 대표는 “지역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노랑집’을 귀촌인이 주민과 연결되고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송효웅 대표가 운영하는 숙소 내부 모습. 송 대표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농촌 풍경을 이곳의 매력으로 꼽는다. 완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그는 지역과의 연결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2024년 겨울, 완주로 귀촌한 동료 2명과 ‘고산미소시장’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이 천막 설치부터 전기 연결까지 세심하게 도와줬고 마을주민들도 붕어빵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 동네에 맛있는 붕어빵집이 생겼다”며 다른 지역에 사는 자녀에게 택배로 보내는 이도 있었다. 지역에서 받은 온정을 돌려주고 싶던 송 대표는 2025년 3월 고산고등학교 입학식날 직접 만든 붕어빵을 교사들에게 나눠줬다.

“귀촌할 때 중요한 건 ‘자기소개’라고 생각해요. 마을에서는 청년이 온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한 기대를 품거든요. 내가 누군지 소개하고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고 계속 알려야 마을이 알고 공동체가 만들어져요. 나를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고 주민과 양방향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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