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청양 특색 듬뿍 고추빵 인기…혁신적 창업 아이템으로 청년 유입
어쩌다로컬 공동대표 (충남 청양)
한달살기 프로그램 통해 농촌에 첫발
어쩌다 민박 등 2030세대 발길 이끌어
스토리텔링 입혀 농산물 판매 확대도
성공사례 인정 받으며 벤치마킹 잇따라
지난해 12월 기준 충남 청양 인구는 3만709명으로 충남 15개 시·군에서 가장 적다. 더구나 노인 비율이 52%를 넘어 지역을 이끌어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다. 이같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젊음을 자양분으로 지역 활성화에 새싹을 틔우는 이들이 있다. 협동조합 ‘어쩌다로컬’(공동대표 김재동·소철원·임수빈)은 지역자원을 이용한 문화 기획, 제품 생산, 관광상품 개발 등으로 청양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임수빈 대표는 대학교에서 호텔조리경영을 전공했다. 김재동 대표는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소철원 대표는 28살까지 태권도 사범으로 일했다. 세 대표 모두 서울이 주된 활동지였지만 서로 얼굴은 몰랐다. 그런데 ‘어쩌다’ 아무 연고도 없는 청양에 함께 터를 잡게 됐을까?
각자 창업의 꿈을 품고 있던 이들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한달 창업 in(인) 청양’에 참여하면서 지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지원사업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 남았고, 2022년 4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문화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잘 맞는 팀원이 있으니 연고 없는 청양이지만 뭐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집이 구해지지 않아 당장 길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까지 왔었지만 기꺼이 방도 내어주고 사무실도 공유해준 주민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3인방이 기획한 사업은 2030세대의 발길을 이끈다. 특히 투어 프로그램은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사업이다. 한달 살기 프로그램을 통해 청양에 정착하게 된 자신들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청년으로서 이 지역에 남아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저희 경험을 살려보기로 했어요. 타지 청년들이 소멸 위기 지역에 와서 직접 살아보고 다양한 추억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애착을 느끼고 관계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죠.”
대표적인 투어 프로그램 ‘어쩌다 민박’은 2주 동안 청양에 머물며 마을 콘텐츠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3년간 7기수가 운영됐다. 기수별로 20여명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15 대 1이나 될 만큼 인기가 좋다. ‘부캐힐링투어’는 지난해까지 10기수가 진행됐다. 기존의 본캐(본래 캐릭터)에서 벗어나 그동안 꿈꿔왔던 화가·요리사 등 부캐(부캐릭터)로 살아보고, 이를 이용해 지역에 작은 플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도시에서 할 수 없는 농가 체험을 통한 힐링은 덤이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거쳐간 참가자는 500명이 넘는다. 참가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단순히 체험에 그치지 않고 소도시에 정착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계기가 된다. 어쩌다 민박 5기의 한 참가자는 충남 홍성에서 수제 소시지사업을 시작했고, 다른 참여자 세명도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얼마 전 청양에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지역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도 펼쳤다. 원목 표고버섯농가에서 모양 때문에 팔지 못한 못난이 버섯에 ‘아기버섯 삼형제의 모험’ 이야기를 입혀 판매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2차 펀딩까지 진행해 모금액 500만원을 달성했다. 또한 유휴공간을 활용한 카페 ‘청양다방’을 운영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선보인 메뉴는 당연히 청양의 특산물인 맥문동·구기자를 활용했다. 그 덕분에 어쩌다로컬은 ‘2024년 충남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농촌지역 창업가 분야 최우수상을 받는 등 사회적경제 성공사례로 인정받으며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력사업은 청양고추를 이용한 고추빵이다. 지난해 2월 청양시장 근처에 매장 ‘찰리와 고추빵공장’을 열었다. 고추를 주제로 요즘 젊은 세대의 감각을 담아 재미있게 풀었다. 임 대표는 “처음 매장 문을 열었을 땐 청양 주민들이 소품 가게나 외국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오해했는데, 고추빵을 판매한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라고 재미있어 했다”고 주변 반응을 설명했다. 고추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지역농산물을 활용하며 주재료인 고추는 매월 30㎏ 이상 사용한다. 매장 월평균 방문자수는 1000명, 월 매출은 1500만원 이상 기록하고 있다. 이제 고추빵은 청양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게 서울에서 했으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예요. 워낙 사람도 많고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물론 소도시에 와서 지내는 게 처음부터 쉽진 않습니다. 그래도 기회는 있어요. 꿈·열정·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라면 지역에선 얼마든지 지지해주고 환영해주니 한번 와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청양=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 사진=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어쩌다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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