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조사 심층 검증] 사전투표, 당일 무응답 분석 실패…동작을 예측은 12.6%P나 어긋나

고정애 2024. 4. 2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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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선거 예측 조사의 성패엔 승자 예측이 절대적이다. 아무리 실제 득표율과 가깝게 예측해도 승자가 바뀌면 낭패로 여겨진다. 반대로 승자가 맞으면 득표율 예측이 크게 벗어났더라도 별 얘기가 안 나온다. 현실과 과학의 차이다.

4·10 총선에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는 모두 18곳에서 승자 예측에 실패했다. 서울 용산 등 수도권 15곳, 울산·경남 2곳, 강원 1곳 등이다. 20대 총선 때 17곳, 21대 총선 때 14곳보다 늘었다. 특히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여론조사 정확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을 받은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오답’의 질도 나빠졌다. 서울 용산, 성남분당을, 양산을은 21대 총선에서도 틀렸다.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 때 1·2위 차가 각각 0.7%포인트, 4%포인트, 0.4%포인트였다. 실제 득표율 차는 0.2%포인트, 2.8%포인트, 1.7%포인트로 역전됐다. 출구조사도 박빙이었고 결과도 박빙이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이번엔 서울 용산에선 1%포인트로 뒤진다고 나온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4.8%포인트 차로 이겼다. 각각 1.2%포인트, 3.4%포인트 차 패배가 예측되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은혜 당선인은 공히 2.2%포인트 차로 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21대 총선 때보단 더한 격차를 예상했지만 더한 격차로 승자와 패자가 바뀌었다.

나머지 15곳 중에서 출구조사에서 10.2%포인트와 9.4%포인트로 뒤진다던 이종욱(창원진해) 당선인과 조정훈(서울 마포을) 의원이 모두 0.4%포인트로 신승했다. 격차 예측 자체가 가장 어긋난 곳은 서울 동작을과 성남분당갑이다. 각각 4.6%포인트, 5.6%포인트 차로 진다고 했던 나경원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이 8%포인트, 5.6%포인트로 이겼다. 일부는 오차 범위 밖의 결과다. 출구조사론 이례적인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에서의 내달 초 논의를 앞두고 한창 분석 작업 중이라는데,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이전보다 높아진 사전투표층에 대한 전화면접 조사와 당일 출구조사에서의 무응답층이다. 이 전문가는 “투표일 조사에서 무응답층은 25%로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특정 성향이 답을 덜 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의 경우 당일 출구 예측에선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45.8%, 48%일 것으로 판단했으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40.8%, 53.8%로 나왔다.

사전투표자에 대한 전화조사의 경우 이전보다 사전투표자가 증가한 데다(26.7%→31.3%), 60대 참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다 전화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조사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졌다는 점도 더해졌다. 특히 2030 여성 조사가 특히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연령·지역별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가상번호의 도입으로 표본의 대표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는데 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조사의 대표성이 흔들린다는 얘기다.

워낙 조사가 폭주하긴 했다. 경합지 중 하나인 서울 광진을에 사는 A씨는 9일과 10일 선거여론조사 전화를 각각 6곳으로부터 받았다. 전화번호마다 서너 번씩 왔으니 스무 번 넘게 온 셈이다. 6곳 모두 스팸으로 신고돼 있었는데, 200번 가까이 된 곳도 있었다. 조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상당히 위태로운 지경이다. 차단하는 이들도 늘고, 특정 선거구에 과다하게 가상번호 조사가 돌아가니까 유권자들이 너무 피곤하게 여겨 응답률이나 접촉률 같은 게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도 많이 돌려 거의 노이즈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그는 조사대상의 30배수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걸 줄이고 정당 조사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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