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마음 먹으면 1년 내 핵무장 가능”…발언 진의와 현실성은?
‘핵공유’ 의미 놓고 대통령실 해석 반박한 백악관…미묘한 입장차?
尹대통령 “워싱턴 선언, 독자 핵개발 안 하고 NPT 존중 의무 있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핵개발'을 연상시키는 윤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데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핵개발을 하자고 하는 여론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핵개발 여론이 있다'며 국내 상황을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최근 직접 핵을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문제가 심각해져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이날 발언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KMPR만이 도발을 억제하고, 그것만이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효과적인 자위권 행사가 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고 이틀 만에 '한국이 핵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의 의미에 대해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7일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설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전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하나의 동맹국에 핵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최초의 사례"라며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었다.
핵개발 대가 혹독해…尹대통령 "독자 핵개발 안해"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핵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십 년간의 원자력 기술 개발과 운영 경험 등이 그 기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핵개발로 치러야 할 대가는 가혹한 수준이다.
핵개발을 위해선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수정하거나 파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유엔 안보리 회부로 이어져 국제제재를 받을 수 있다. 2004년 원자력연구원이 실험 차원에서 0.2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한국은 안보리 회부 직전까지 갔었다. 안보리 회부를 강하게 주장했던 건 미국이었다.
외신에서는 한국의 핵개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 '워싱턴 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시아 안보 담당 연구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독자적으로 핵 능력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외도(dalliance) 위험이 동맹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번 선언은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하려는 현명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대담에서 '핵무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워싱턴 선언'의 준수를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독자 핵개발을 안 하고 NPT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며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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