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나는 절로’ 묘장 스님 “본업 돌아와 지진 피해 미얀마 도우러 갑니다”

김한수 기자 2025. 4. 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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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구호활동을 위해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묘장 스님(가운데)과 더프라미스 활동가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오늘 저녁 태국으로 출국해서 미얀마로 들어가려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재난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했지만 이번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고요.”

8일 전화 통화에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하 재단) 대표 묘장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단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8일부터 15일까지 불교 구호 단체 더프라미스와 함께 묘장 스님을 포함한 3명의 긴급 구호단이 지난 3월 28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묘장 스님은 ‘불교계의 119 대장’입니다. 지난 2008년 출범한 단체 ‘더프라미스’가 활동의 기반이지요. 더프라미스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5년 네팔 대지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그리고 국내의 포항 지진(2017), 동해안 산불(2022), 강릉 산불(2023) 등에 출동했지요. 이런 재난 현장에 파견된 구호단에서 묘장 스님은 ‘단장’을 도맡아 왔습니다. 연속으로 단장을 맡아 현장을 다녀온 이유는 ‘독신’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재난 현장은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많은데요, ‘딸린 식구가 없어’ 홀가분하다는 것이지요.

더프라미스는 재난이 발생하면 비상금(국내 1000만원, 해외 3000만원)을 들고 선발대가 바로 출동합니다. 현장에서 이재민들의 요청 사항을 청취해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가장 시급한 일부터 지원합니다.

지난 2023년 만해 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더 프라미스’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묘장 스님. /고운호 기자

묘장 스님은 지난 2023년 만해실천대상을 수상했지요. 바로 이런 공로로 상을 받았습니다. 이 단체는 설립 당시부터 서구의 ‘적십자’와 이슬람권의 ‘적신월’처럼 불교계를 대표하는 구호 기구를 목표로 했습니다. 묘장 스님은 지난 2023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를 맡게 되면서 사안에 따라 더프라미스와 함께 활동하는데, 이번 미얀마 구호가 그런 경우가 됐습니다.

미얀마의 경우에는 묘장 스님과 인연이 오래됐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미얀마에 학교 10여 곳을 비롯해 보건소 등을 지원했고 협동조합으로 시작해 품질 좋은 돗자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으로까지 성장시켰답니다. 그런데 3년 전쯤부터 군부가 집권하면서 활동이 어려워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사무실을 완전 철수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떠났던 미얀마에 재난이 덮치니 더욱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재난 지역을 두루 다녔지만 이번 미얀마 구호 작업에 임하는 스님은 더욱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사정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이랍니다.

스님은 재난 현장을 찾으면 대개는 건물 한 곳을 정해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구호 활동을 펼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멀쩡한 건물이 없다고 합니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 있다고 해도 언제 붕괴될지 알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만약 건물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 같은 것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텐트 혹은 노숙도 각오해야 할 상황인 것이죠.

스님에게 과거 네팔 대지진 구호 활동 당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멀쩡해 보이는 건물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여진이 오는 바람에 몸만 겨우 빠져나와 길에서 밤을 새웠다고 했습니다. 그때 경험을 들려주면서 스님은 “지진은 진동이 아닌 소리로 먼저 오더라”고 했습니다. 기괴한 소리가 먼저 들려오고 곧이어 엄청난 진동이 따라온다는 것이죠. 때로는 “이렇게 죽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했었습니다. 그런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바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건물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던 시절 미얀마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번 대지진의 진앙지인 만달레이 지역은 한 번만 가봤다고 합니다.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미얀마는 남북으로 길쭉한 나라인데 양곤은 남쪽에 있고 만달레이는 양곤에서 북쪽으로 내륙 한복판에 있거든요.

외신으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미얀마 집권 군부는 지진 와중에도 반군 지역을 전투기로 공습하다가 최근에야 휴전했다고 하지요. 스님은 이번에 반군 지역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미얀마 스님들과 동행하면 가능하다고 하네요.

구호단은 우선 현지 코디네이터들에게 식량을 구입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도착하는 즉시 우선 식량부터 나눠주려는 것이지요. 지금 계획으로는 만달레이 지역에 1만5000달러어치, 또 인레 지역에 5000달러어치의 식량을 지원할 예정이랍니다. 또 현지에서 사정을 파악해 정말 시급한 것은 현지에서 국내에 SOS를 치거나 귀국해서 도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조계종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와 ‘자비명상’(이사장 마가 스님) 등도 미얀마 구호를 위해 성금을 기부했습니다.

지난해 4월 강화도 전등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행사에서 참가자들과 함께한 묘장 스님. /연합뉴스

묘장 스님은 사실 최근엔 구호 활동보다는 다른 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바로 템플스테이로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나는 절로’ 프로그램의 주최자이죠.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진행해온 프로그램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편한 것이 요즘 말로 ‘대박’을 치면서 묘장 스님도 여러 매스컴에 등장했지요.

묘장 스님은 “그동안 저를 ‘나는 절로’ 진행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계신 분도 많은데,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며 미얀마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구호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시기를 기원합니다.

종교가 가진 천(千)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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