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6년 불패 업종도 균열…“과자 한 봉지도 마트에서 사야죠”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2025. 4. 2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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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김 모씨는 십수 년간 운영했던 점포를 지난해 접었다.

올해 2월 국내 편의점 업계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월 이후 5년 만에 '역성장'을 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자체 집계한 결과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4852개로 2023년(5만4875개)보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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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김 모씨는 십수 년간 운영했던 점포를 지난해 접었다. 고정비는 느는데 매출은 줄어들어 더는 유지할 수가 없어서였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남편과 번갈아 운영하면서 버텼지만 한계가 보이더라”며 “불경기 탓인지 손님도 늘어날 기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얼어붙는 소비심리에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2월 국내 편의점 업계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월 이후 5년 만에 ‘역성장’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택배 물동량마저 줄어드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고 24일 밝혔다. 2020년 2월 이후 5년 만의 감소세다. 대한상공회의소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편의점 사업은 -0.3%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점포 수 또한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자체 집계한 결과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4852개로 2023년(5만4875개)보다 줄어들었다. 전체 편의점 규모가 감소한 것은 국내에 편의점이 처음 들어온 1988년 이후 36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그동안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었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 편의점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자 “편의점조차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물가 상승 여파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다 보니 예전처럼 1000원 이하 제품을 보기 어려워졌다.

두 아이를 키우는 박 모씨는 “아이 과자나 음료를 사러 갔을 뿐인데, 쌓이고 보니 이 지출도 무시 못 하겠다”면서 “물가가 올라 씀씀이를 줄이느라 쇼핑도, 여행도 끊었는데 이제는 편의점도 끊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택배 업계도 물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소비와 직결되는 국내 택배도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의 1분기 국내 물량은 6~8%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주 7일 배송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영업일을 연간 70일 더 늘렸지만, 오히려 택배 건수가 줄어들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CJ대한통운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CJ대한통운의 국내 전체 택배 물량이 3억8760만박스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5%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택배 물량과 직결되는 온라인 커머스도 감소세다. 산업통상자원부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월 대비 1월 4.4%, 2월 3.9%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1~2월이 워낙 비수기라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작은 소비’까지 줄이는 정말 최악의 내수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불황이 개선될 기미가 안 보여 기업 내부에서 위기감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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