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1000대1 치솟기도…‘로또’ 분양가 상한제 개선 목소리
살아난 청약 광풍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르는 등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청약 당첨만 되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규제(분양가 상한제)가 더해지면서 ‘청약 당첨’의 값어치가 급상승한 것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의 경우 71가구 모집에 2만8611명이 접수하며 평균 경쟁률 402.97대 1을 기록했다. 32가구를 모집한 58㎡B형(전용면적 기준)에 가장 많은 1만461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56.5대1을 기록했고, 4가구를 모집한 84㎡A형에는 4239명이 신청해 최고 경쟁률(1034.7대 1)을 나타냈다.
지난달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의 평균 경쟁률은 527.32대1이었다.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래미안원펜타스’ 청약 당첨 최고 가점은 만점인 84점으로 전용면적 84㎡와 107㎡, 155㎡에서 3명이 나왔다. 84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에 부양가족이 6명(7인 가구)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당첨자의 청약 가점 최저점도 전용 137㎡의 69점으로 4인 가족 기준 만점 수준이다.
‘청약 광풍’의 주요 원인으로 분양가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지목된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적용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게 분상제의 기본 취지다. 그러나 분상제 적용 지역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해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청약 시장이 오히려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을 통해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민간택지 분상제 적용을 해제했지만,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공공택지 등의 분상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분상제는 또 주택 공급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를 억제하면 개발(시행)이익이 줄어들면서 신규 주택 건설의 유인 또한 감소한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 간 갈등의 원인이 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분상제의 전면적인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상제의 본래 취지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는 것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분양가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지자체,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분양가 심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분상제를 폐지할 경우 분양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채권입찰제’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채권입찰제는 청약 희망자가 채권 매입 희망가를 써내면 금액이 높은 순서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로, 청약을 통한 시세 차익의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등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판교신도시 공공분양 중대형 아파트에 실제로 채권입찰제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당장 분상제를 폐지하면 분양가 급등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청약 당첨자가 로또 청약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의 일부를 공공에서 확보해 주거복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 용역 발주 입찰 공고에 나섰다. 국토부는 분상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주택 건설 관련 기준 등을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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